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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청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시각청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모금홍보국 김광민

 

현장검증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장 안은 여러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원고측인 장애인권단체에서 사전에 취재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기자들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 짧은 시간 동안에 자세한 내용을 카메라에 담고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분주히 뛰어다녔고, 어두운 극장 안에 방송사 카메라의 강렬한 조명 불빛도 함께 넘실거렸습니다. 

 

취재열기가 뜨거운 현장검증 시작 전 극장의 모습

 

현장검증에 참여하기 위해 참석한 한 장애인 당사자의 인터뷰가 먼저 있었습니다.

“저는 저시력 장애인입니다. 그리고 영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평소에는 집에서 모니터를 눈 앞에 아주 가까이 놓고서 보고는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러 극장에는 잘 가지 못합니다. 신작 영화를 보고싶지만 극장에서는 집에서처럼 볼 수가 없으니까 영화 내용을 제대로 알 수가 없어요.”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영화를 사랑하기로 유명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인은 1년에 평균 4.25회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세계 1위입니다. 세계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미국도 연간 4회가 되지 않고, 중국은 평균 1회도 되지 않는 점과 비교해보면, 한국인이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에 장애인은 거의 포함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극장에서 관람할 수 없으니까요.

 

현장검증 현장에서는 시각 청각 장애인의 영화관람을 위한 장비를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누군가는 시각 청각 장애인이 어떻게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겠느냐 묻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약간의 편의만 제공된다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장애를 뛰어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상황설명,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설명이 담긴 베리어프리 영화도 이미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베리어프리 영화는 연간 고작 30편이 제작될 뿐입니다.) 

베리어프리 영화의 자막과 음성 해설이 비장애인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는 기술도 이미 개발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통해 자막과 해설을 장애인에게만 전달하거나, 특수안경을 이용해 바로 옆자리 사람에게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기술도 있습니다. 이런 장비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으며, 외국 사례 많습니다. 우리 사회도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바로 이번 재판이, 이러한 기술을 영화관이 도입하고 설비를 갖추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

 

이날 원고측 대리인으로 참여한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 소송은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 이 사회를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기술도 비용도 문제가 아니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자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1심에서는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비용 문제를 들며 대형 극장들이 항소를 하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날 현장검증은 항소심 재판을 극장에서 진행한 것입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재판에서 재판부는 시각 청각장애인 편의제공 장비를 직접 경험해보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시연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장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극장에서 진행되기는 해도 이 역시 재판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영화관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의 질문과 답변이 오갈 때는 더욱 그랬습니다.

 

재판부는 직접 시각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화관람 편의제공 장비를 체험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고서도 기자들의 취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좁은 극장 로비에서 재판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어깨를 맞대고 앉아 다음 일정을 논의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이 장면은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피고이든 원고이든, 결국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함께 ‘한 화면에 잡히는 세상’이라는 걸 깨닫게 했으니까요.

이 재판은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를 즐기고 함께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에 비추어 보면 야속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시간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동의하는 시간으로 기록되길 바랍니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으로 재판 결과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