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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65세 생일 다음 달까지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제공 정당”, 환수처분 취소

글 / 최 현 정

 

사단법인 장애여성공감은 작년 8월 강동구청장으로부터 부당지급급여 환수처분을 받았습니다. 만 65세가 된 중증장애인 이모 씨에게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잘못 지급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난 2월, 서울특별시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정심판위원회’)는 환수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여 이를 취소했습니다. 그 동안 행정청은「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법’)을 부당하게 해석하여 적용했습니다. 활동지원기관이 법률 규정 범위 내에서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급여를 제공한 경우, 이를 부당지급금으로 보아 환수처분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활동지원기관에 전가했습니다. 이는 결국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이번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문제를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재결에서 행정심판위원회는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하고 그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 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여 법률을 해석한 다음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건의 경과와 의미를 정리합니다.

 

사단법인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인활동법에 따른 활동지원기관입니다. 2016년부터 중증장애인 이 씨에게 하루 12~14시간의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왔습니다. 이 씨는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았고, 사지의 근력 약화와 근 위축, 사지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이 점차 진행되어 현재 와상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씨는 2019년 4월경 만 65세 생일이 다가오자, 국민연금공단의 안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노인장기요양인정을 신청했습니다. 노인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해서 ‘등급외’ 판정이 나오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 받았기 때문입니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는 하루 최대 4시간의 재가간병만 받을 수 있는데 비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로는 하루 최대 14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와상 상태로 혼자서 거동하기 어려운 이 씨에게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더 적합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 씨는 노인장기요양등급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의신청을 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이 씨에게 ‘이의신청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이 씨는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안내 받았던 대로, 만 65세 생일이 속한 다음 달인 2019년 6월 30일까지 장애여성공감으로부터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았고, 그 후부터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그 후 일년이 지난 2020년 8월 11일 강동구청장은 장애여성공감에게, 2019년 5월 5일부터 같은 해 6월 30일까지 이 씨에게 제공했던 활동지원급여 500여 만원을 환급하라고 통지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이 사건 환수처분이 당사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나 법률의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고,희망법은 그 청구를 대리했습니다.

 

관련 글 보기 –장애인활동지원부당지급급여환수처분취소심판제기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2월 8일,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환수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처분 당시의 구 장애인활동법 해석상,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던 장애인이 수급자격을 상실하는 시점은, ‘65세 생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말일’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장애여성공감이 이 씨의 65세 생일이던 2019년 5월 5일부터 그 다음 달 말일인 2019년 6월 30일까지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수급자격 상실 사유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12조의2 제4호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의 신청자격에 해당하지 않게 된 사람’은 수급자격을 잃는다고 규정합니다. 신청자격은 제5조에서 정합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의 노인 등’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없고, 수급자격도 상실합니다(구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 본문,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 본문).

한편 장애인활동법 제12조 제2항 본문(구 장애인활동법 제12조 제1항 단서)은 “수급자가 65세가 되는 경우에는 그 해당 월의 다음 월까지 수급자격을 인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던 수급자가 65세가 되는 경우, 그 즉시 수급자격을 잃는 것이 아니라 생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까지 수급자격이 연장된다는 것입니다. 이 규정은 장애인활동법 제정 때부터 있던 조항으로, 작년 12월 29일 법률 개정 과정에서 그 위치만 이동하였을 뿐 내용은 완전히 동일합니다. 즉 이 조항은 장애여성공감이 이 씨에게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할 때도,강동구청장이 뒤늦게 이 사건 환수처분을 했을 때도 동일하게 존재하던 조항입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이 조항에 따라 이 씨에게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제공했습니다. 이 씨가 실제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노인장기요양인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자격을 즉시 상실한다면 이 씨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구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 단서는‘65세 이상의 노인’이라 하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다가 65세 이후 장기요양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 사람’은 신청자격이 있다고 규정했습니다.즉  65세 이상이더라도,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하여 ‘등급외’ 판정이 나오면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수의 장애인이 장기요양서비스로 사실상 강제 전환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65세 이후에도 계속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는 수급자는 전체의 절반(53.9%)에 그쳤고, 약 삼분의 일인 32.7%는 노인장기요양급여로 전환되었습니다(윤소하 의원실 자료).이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고, 작년 12월 29일 국회는 위 법률조항을 개정했습니다. 65세 이전부터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던 사람이 65세 이후에도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계속 받을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현대판 고려장” 이라고 적한 팻말 ⓒ비마이너

 

강동구청장은 위 법률조항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65세가 되어 노인장기요양인정(등급)을 받으면 장애인활동지원급여의 수급자격을 상실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는 2019년 4월 경 노인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았고 2019년 5월 5일 만 65세가 되었으므로, 2019년 5월 5일부터 장애인활동지원급여의 수급자격을 잃었다는 것입니다.강동구청장은, ‘이 씨가 2019년 5월 5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받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는 잘못 지급된 급여로서 환수처분 대상’이라고 하면서, 위 기간 동안 이 씨가 중복수급을 받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행정심판위원회는 강동구청장의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여야 하고 그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 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 동안 대법원도 수차례 확인했던 원칙입니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23337 판결 등).

행정심판위원회는 관련 법률조항들을 해석하면서, 당사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반영했습니다. △ 강동구청장의 주장처럼 해석한다면, 아직 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하지 못했거나 신청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급여를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 일반적으로 중증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급여에 비하여 노인장기요양급여가 불리하다는 점을 반영하여 법률을 해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 구 장애인활동법 제12조 제1항 단서(현재 제12조 제2항 본문)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수급자가 65세 이후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수급자격 유효기간을 65세가 되는 달의 다음 달까지로 연장하려는 목적에서 규정된 것이며, △ 강동구청장이 근거로 내세우는 같은 법 제12조의2가 위 수급자격 연장효과까지 배제할 명시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 정부도 위 규정의 해석에 대한 기존 입장을 변경하였다는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더 나아가 행정심판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이 이 씨에게, 65세 생일이 도달한 달의 다음 달 말일로 활동지원 수급자격이 만료된다는 안내만 했을 뿐, 장기요양인정을 받게 되면 65세 생일이 도달함과 동시에 활동지원급여 수급자격을 상실한다고 안내하지 않은 점, △ 이에 따라 이 씨도 2019년 6월 30일까지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장기요양급여를 지급받지 아니한 점에서 이 사건 환수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강동구청장은 이 씨가 국민연금공단의 사전 안내에 따라 장기요양인정 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일년이 지나 그 안내 내용과 배치되는 처분을 했는데,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런 측면에서도 환수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명확히 판단한 것입니다.

희망법은 행정심판위원회의 이번 재결을 환영합니다. 행정 행위에 있어 법률의 해석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당사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여 법률을 해석한 다음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여성공감이 행정심판을 청구한 후인 2020년 12월 29일 장애인활동법이 일부 개정되었습니다. 이로써 65세 이후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장기요양서비스를 같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기초가 마련 되었습니다. 법 개정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도 장애인활동법 제12조의2 해석에 관한 종전의 입장을 변경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은 과제는 여전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정된 법률에 의하더라도, 65세 이후에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남은 문제들이 하나씩 시정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희망법은 계속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