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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

지난 9월 9일 대법원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에 대하여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희망법 김두나 변호사는 본 사건 피해자의 공동 대리인단으로 함께했습니다.

 

○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 확정

지난해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였던 피해자는 한 방송사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한 형사 절차가 진행되었고,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충남도지사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던 피고인과 수행비서인 피해자 사이에 위력은 존재하지만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로 행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실관계를 면밀히 심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1일, 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인이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피해자를 위력으로 간음하였다’고 판단하고 총 10개의 공소사실 중 9개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항소하였지만 대법원은 9월 9일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라는 통념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판결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성폭력 사건 심리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대법원은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그리고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루어진 항소심의 심리와 판단에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판결에서 피해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다’ 며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측 주장은 그 주장 자체로 특정하게 정형화된 성범죄 피해자의 반응만을 정상적인 태도라고 보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피해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며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해사실을 들은 증인들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범행 전후에 보인 일부 언행 등이 성범죄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러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의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항소심은 피고인의 지위나 권세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에 해당하고 여기에 피고인의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 직전, 직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은 업무상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고, 공판중심주의, 직접 심리주의,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하여 성폭력 판단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그러한 기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피해를 의심하고 피해자를 비난해서는 안 되며, 성폭력 피해자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압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뿐 아니라 일터에서 작동하고 있는 ‘위력’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 위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여 성폭력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우리사회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2019.9.9. 본 사건 관련 기자회견(사진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