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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소식] “공무원 임용 면접에서 장애 관련 질문은 위법”, 불합격처분 취소

글 / 최 현 정

수원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 이광만, 주심 : 도정원)는 지난 11월 18일, ‘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이 청각장애인 원고에게 한 장애 관련 질문은 차별로서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에 대한 불합격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0. 11. 18. 선고 2019누13363 판결). 이번 판결은 면접위원의 차별적인 질문을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인정함으로써, 채용 과정의 차별 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 면접위원의 장애 관련 질문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함을 인정하고, △ 장애인 편의제공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절차적 하자의 위법성을 인정함으로써 1심 판단의 잘못을 바로잡았습니다.

 

□ 사건 개요

원고 류 씨는 구어(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고, 본인도 입으로 말을 하는 의사소통방식)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입니다. 2018년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하여 필기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류 씨는 장애인 구분모집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고, 해당 직렬은 최종 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습니다. 면접등급은 ‘우수’, ‘보통’, ‘미흡’으로 평가하는데, 류 씨가 ‘보통’ 등급을 받기만 하면 최종 합격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면접위원 3인 전원은 류 씨에 대해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하’로 평가했고,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면접위원 3인 전원이 같은 항목을 ‘하’로 평정했습니다. 이에 61명의 면접시험 응시자 중에서 오직 류 씨만이 ‘미흡’ 등급을 받아 불합격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면접위원들은 류 씨에게 “집∙학교에서의 의사소통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SNS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답하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은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을 질문하였습니다.
시험 절차에서의 문제점도 많았습니다. 여주시는 사전에 류 씨에게 면접시험에서의 편의제공 항목과 기준을 안내하지 않았고, 면접위원에게 류 씨의 장애 특성을 “수화 및 대화 불가능”이라고 고지하였으며, 필담(문자통역)으로 이루어진 면접시험에서 당연히 필요한, 면접시험 시간 연장의 편의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1심 법원은 류 씨가 제기한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면접위원이 위와 같이 질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차별은 아니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절차상의 문제점 역시 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그 하자가 경미하거나 치유되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항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관련글 보기 – 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청각장애인 차별 사건, 항소 제기
관련 글 보기 –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차별 사건 재판 참여기

 

2020년 2월 12일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 차별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 모습 ⓒ에이블뉴스

 

□ 항소심, 면접위원의 장애 관련 질문이 차별로서 위법함을 인정

항소심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면접위원의 장애 관련 질문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함을 인정하였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몇 차례 있었는데, 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하기는 처음입니다.
법원은, “면접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에 대한 내용을 질문하는 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않는 내용을 물어보는 것으로서 장애인과 장애가 없는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질문은 면접위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른 면접위원에게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애인 응시자를 당황하게 하거나 위축되게 할 수 있으며 다른 질문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기 때문에 장애인 응시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로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면접위원의 장애 관련 질문은 차별행위이자 직무관련성이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청각장애인 공무원은 근로지원인으로부터 대화, 전화통화 지원 등을 제공받을 수 있고, 위와 같은 편의제공 의무는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위 질문들은 원고가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공무원으로서 수행할 업무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법원은, 면접위원이 원고를 ‘미흡’으로 평정한 행위도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면접위원들의 장애 관련 질문이 원고의 의사소통 방법과 능력에 대하여 묻는 것으로서 원고의 장애를 평가요소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면접시험에 앞서 면접위원들에게 ‘원고가 수화를 못하여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자료를 배부하였던 점, 면접절차에서 면접위원들이 ‘하’로 평정한 요소가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인 점 때문입니다.

 

□ 장애인 편의제공 제도 취지를 고려하여 절차적 하자의 위법성 판단

항소심 법원은, 장애인 편의제공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 사건 면접시험에서의 절차적 하자는 중대하며, 치유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장애인복지법령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과 체제,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시험실시기관인 피고 위원장은 이 사건 면접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응시자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경우 해당 응시자의 장애의 유형 및 정도 등을 고려하여 편의제공의 기준 등을 공고하고, 장애 특성에 대한 사전고지, 시험시간의 연장, 의사전달보조원의 배치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그와 같은 공고를 하지 않거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 피고 위원장은 장애인 편의지원 제공 기준을 공고하거나 안내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원고는 신청할 수 있는 편의제공 사항과 기준 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사건 면접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
△ ‘장애 특성 사전 고지’의 취지는 “면접위원이 장애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응시자에게 차별적인 질문을 하거나 응시자의 장애종류 및 정도에 관하여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피고 위원장이 면접위원에게 원고의 장애 특성을 ‘대화 및 수화 불가능’이라고 안내한 것은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 피고 위원장은 면접시험의 시간 연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공고나 안내를 하지 않았고, 이에 시험시간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원고가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일한 시간 안에 최대한 빨리 답변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조급함 속에서 면접시험을 치렀는 바, “면접시험 진행 과정에서 면접위원들이 원고의 장애특성을 고려하여 질문을 천천히 하고 원고에게 답변할 시간을 추가로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와 같은 압박감 속에서 시험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면 비장애인 응시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시험환경을 제공받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
△ 문자통역의 경우, “질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의 속기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의사전달 보조원으로 배치되어야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피고 위원장은 속기사 자격이 없고 문자통역 경험도 없었던 공무원들이 문자통역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점,
△ 공개경쟁임용시험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과 평가의 전제가 되는 절차적 요건이 더욱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이 사건 면접절차에는 장애인복지법령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비마이너

 

□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

아직 피고의 상고 기간이 남아 있어 항소심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또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원고는 면접시험을 다시 치러야 합니다. 다시 면접시험을 치르는 경우, 과거와 같은 차별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향후 이 사건이 잘 마무리될 때까지 희망법도 함께하겠습니다.

 

※ 이 사건은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기금 지원을 받아 수행하였습니다.

※ 이 사건의 변론 과정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19. 12. 17. 주최한 <채용 차별 시정을 위한 법 적용의 모색> 토론회의 발제자, 토론자들의 논의 내용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이 사건 항소심에서 원고 공동대리인단으로 곽예람, 김두나, 김재왕, 김정환, 박종운, 이수연, 이정민, 장영재, 최현정 변호사가 참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