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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들의 독서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수용자들의 독서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한 헌법소원·행정소송·행정심판을 제기하며

 

박한희

 

희망법 김동현, 박한희 변호사는 올해 초부터 구금 상태에 있는 수용자들의 인권보장을 목표로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민변 활동가 및 변호사들과 함께 수용자 인권 증진 모임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에서 12. 18. 교정시설 내 외부도서차입을 불허하는 법무부의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 및 이에 따라 이루어진 교도소들의 차입불허에 대해 헌법소원·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행정심판 역시 제기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보도자료]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한 헌법소원·행정소송·행정심판 제기 기자회견

 

 

2019년 11월 11일 법무부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을 전국 교도소에서 실시하였습니다. 이는 기존에 수용자가 자비구매, 외부 우송과 차입, 이렇게 세 가지 방식으로 도서를 구독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외부 우송과 차입을 전면 금지하여 오직 구금시설 내 거래업체를 통한 구매로만 도서를 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 이 지침이 실시된 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는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들이 각각 의정부교도소와 군산교도소에 도서를 차입하려다 불허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법무부는 위와 같은 방안을 실시한 이유로 외부 도서 차입을 통해 금지물품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금지물품 반입은 도서를 통해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2019년 11월 김도읍 의원(자유한국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수감자의 교도소 내 반입금지물품 반입현황’에 따르면 금지물품 반입은 편지나 의약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고 심지어 교도관을 통해서 반입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즉 설령 금지물품 반입을 막아야 하더라도 도서만을 문제의 원인으로 집고 이를 전면 차입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렇게 외부 차입을 금지하는 것은 수용자들의 독서 기회를 크게 제한합니다. 우선적으로 구금시설 내 거래업체를 통해 구매할 수 없는 도서, 가령 품절, 절판된 도서나 비매품 소책자 등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법무부는 이렇게 구매가 어려운 도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 했으나, 행정소송이 제기된 의정부교도소의 사례를 보면 교정공무원들이 절판, 비매품 도서를 막론하고 외부 차입을 무조건 불허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용자들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많은 경우 도서 구독은 수용자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중고서점에서 구매하여 차입해주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외부차입이 금지됨에 따라 수용자들은 정가를 주고 도서를 구매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으로 독서 자체를 포기하는 수용자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는 경제적 사정에 따라서 도서 기회가 차이난다는 점에서 차별의 문제에도 해당합니다.

 

구금시설 내에서 신체의 자유 및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된 수용자들에게 있어 독서는 외부의 정보를 접하고 이를 통해 자유로이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렇기에 헌법재판소는 도서 구독을 제한하는 것은 알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6. 4. 28. 선고 2012헌마549. 2013헌마865(병합) 결정). 한편으로 수용자들은 독서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는 형집행의 궁극적 목적인 재사회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그렇기에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7조는 “수용자는 자비로 도서 등의 구독을 신청할 수 있고, 소장은 해당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상 유해간행물이 아닌 한 구독을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의 취지에 위배되어 합당한 근거 없이 수용자의 도서 구독 기회를 박탈하는 법무부의 방안은 위헌이며, 이에 따라 이루어진 교도소 측의 차입 불허도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합니다.

 

1974년 Procunier v Martinez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관이었던 서드굿 마샬은 수용자에게 도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감옥 문이 재소자에게 쾅 닫힐 때, 그는 인간의 자질을 잃지 않고, 그의 정신은 사상에 닫히지 않으며, 그의 지성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의견 교환에 계속 의존하지 않으며, 그의 자존심에 대한 열망은 끝나지 않으며, 또한 그의 자아실현에 대한 탐구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성을 떨어뜨리는 교도소 환경에서는 정체성과 자존심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렬하다.

 

이 말과 같이 수용자는 비록 형집행의 목적을 위해 일부 권리를 제한 받을 수는 있으나 그 외의 다른 권리는 제한될 수 없고 특히 존엄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사상을 자유롭게 형성할 자유는 결코 제한될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수용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올바른 판결을 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의 수용자 인권 증진 모임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