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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소녀, 트랜스젠더 차별 구제에서 승리하다

6살 소녀, 트랜스젠더 차별 구제에서 승리하다



 


글_류민희


 


 


 


 


지난 2월 미국에서는 한 트렌스젠더 어린이가 학교로부터 받은 여자화장실 사용금지 결정에 대하여 주 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차별진정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시작부터 결정까지 크게 여론의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6살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코이 마티스(Coy Mathis) 이야기입니다.


 


 


출처 : Transgender Legal Defense and Education Fund



 


 


차별구제절차 진정에 이르기까지


 


코이는 생물학적 남성의 표지를 가지고 태어났으나, 호오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시절인 18개월부터 스스로 여성으로 정체화하였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여성과 관련 있는 장난감이나 의복을 선호하면서 말이지요. 4살에서 6살 사이부터는 자신이 여자라고 분명히 표현하고 여성정체성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이는 유치원을 남아로서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코이는 유치원에서도 자신을 여성으로 지칭하고, 여아 옷차림을 선호하고, 남아 옷차림을 입기를 거부하고, 놀이동무로 여아를 선택하며 여아적 특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부모와 선생님이 자신의 여아로서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자, 코이는 우울해졌고, 불안증으로 인해 학습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이 남아와 여아로 나뉘어서 줄을 서서 수업을 하자고 하였고, 이에 코이는 여아의 줄에 섰다가 선생님으로부터 남아의 줄에 설 것을 지적받았습니다. 코이는 이에 반발하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코이의 부모와 선생님들은 미팅을 마련하였고, 부모는 앞으로 유치원에서 코이를 여성대명사로 부를 것, 여자 화장실의 이용, 여아 복장 착용 등의 제안을 하였습니다. 코이는 그 이후 여아로서 유치원에 다녔습니다.


 


유치원에서는 화장실 사용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남아여아 공통으로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화장실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 같은 학군의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코이는 유치원에서처럼 생활하였습니다. 이 기간에 코이의 부모는 의사의 진단을 첨부하여 연방 여권, 주 신분증의 성별표지를 여성으로 바꾸었습니다(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2007년부터 여권 및 기타 공문서상 성별 변경에 대해 성전환수술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지 않으며, 성별전환을 위한 적절한 임상적 치료를 받았음을 입증할 것만을 요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이가 여아 화장실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된 지역 교육감은 더 이상 그 화장실을 쓸 수 없고, 남아 화장실이나, 1인 화장실(교직원 화장실이나 보건실 화장실)을 쓸 것을 통지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코이가 자라면서 남성의 특징을 보일 것이므로 문제되는 점, 다른 부모들의 불편함 등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쓰던 화장실을 쓸 수 없다는 것 그 자체는 코이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부모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코이를 홈스쿨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TLDEF(Transgender Legal Defense & Education Fund)라는 NGO의 조력으로 2013년 2월, 콜로라도 주의 차별금지법에 근거하여 이글사이드 학군(Eagleside District)에 대해 차별구제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을 알리는 과정에서 마티스 가족은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CNN기사에서는 악성 댓글이 심하여 댓글 페이지를 닫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케이티 커릭 쇼에 출연한 코이와 부모 


<출처 : 미국 ABC 방송 케이티 커릭 쇼 Youtube채널>


 


이 사건은 외신을 인용해서 한국 언론들이 많이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한 신문 기사에서는 외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 사실도 아닌 “결국 마티스의 부모는 의사와 상의한 끝에 성전환수술을 해줬다”는 내용의 오보를 추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결정 내용


 


콜로라도 주 차별금지법은 고용(C.R.S § 24-34-402), 주택(C.R.S. § 24-34-502), 공공편의시설(C.R.S. § 24-34-602)에서 차별을 금지합니다. 2007년 기존 차별금지법에 차별금지사유로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을 추가하는 개정을 하며, 인권위원회 규칙으로 위 단어에 트랜스젠더 지위가 포함됨을 규정하였습니다.


 


Rule 81.2 – Sexual Orientation (A) The term “sexual orientation” as defined in §24-34-401(7.5), C.R.S. means a person’s orientation toward heterosexuality, homosexuality, bisexuality, or transgender status or an employer’s perception thereof.
(B) The term “transgender status” is an umbrella term that describes an individual whose gender identity or gender expression is different from that traditionally associated with that individual’s assigned sex at birth.

 


위 법에 근거하여 콜로라도 주 민권부(Civil Rights Devision)은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피진정인인 학군 당국 측은 항변으로 (연방이 발급한 여권이나 콜로라도 주가 발급한 신분증에는 여성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텍사스 주 출생증명서는 여전히 남성이므로, 남아 화장실을 가라고 한 것은 성(sex)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결정문은 증거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법률적으로, 의학적으로 진정인은 여성인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증거의 종합성과 가장 최신의 법률 문서를 보고 판단할 때, 진정인의 성(sex)도 여성임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결정문 중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옮깁니다.


 



(10페이지) … 그러나, 출생 시의 성별 지정(Sex assignment)은 관찰가능한 해부학적 구조에 의해 아기가 배치되는 일종의 범주일 뿐, 한 사람의 구성과 관련된 심리적 및 생물학적 차이(variations)을 고려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의 발달에 관한 발전 중인 연구결과들을 고려해볼 때, 아이를 관찰가능한 해부학적 구조에 기반하여 남아 혹은 여아라고 분류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단순한 접근일 뿐이다. …


 


… 피진정인은 남아는 남성 생식기를, 여아는 여성 생식기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각자에 맞는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차이를 가지고 출생하는 아이의 숫자를 고려해볼 때, 우리는 그러한 전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 더욱이 아이들은 (자신의 생식기와 자신의 성별정체성이 일치하기 때문에) 그의 성별정체성에 따른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피진정인은, 비-트랜스젠더 학생들과 달리, 진정인에게 자신이 정체화하는 성별의 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함으로써,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다른 이들에 비해 진정인을 불리하게 대우하였던 것이다.


 


(11페이지) …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남아화장실을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진정인의 여성적 외모에 비추어 봤을 때 부적절할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별 정체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증거에 비추어봤을 때, 모든 교직원, 학생들이 진정인의 전환을 알고 있지 않았다. …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젠더중성적인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중략) 진정인은 결국 성인 화장실을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교직원에게 왜 그 화장실을 사용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 진정인이 친구들과 유리되기를 강요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의 성격형성기에 여아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친구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유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12페이지) 그 결과로 6살의 나이에, 허용된 그 화장실에 갈 시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화장실 방문을 계획하여야 하는 부담에 놓이게 된다. 설사 그 화장실에 갈 수 있다고 해도, 친구들에게 내가 왜 여아 화장실을 갈 수 없는지 설명해야 한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무시하라는 것은, 객관적이고 주관적으로 적대적, 무섭거나 모욕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 피진정인은 항변으로 진정인이 자라면서 남성의 특징이 발달될 것이므로 괴롭힘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다른 화장실을 써야 한다고 하나… 보통의 다른 안전 사건과 마찬가지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 예를 들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분리적인 교실을 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인이나 다른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괴롭힘에 대해서는 괴롭힌 학생을 징계하면 되는 일이지, 괴롭힘 당할 학생을 분리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괴롭힘을 막기 위해 하는 예방적 조치가 결국은 암시적으로 더한 괴롭힘을 낳는 것이다. 피진정인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실이나 다른 학부모의 불편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진정인이 선택할 화장실을 갈 법률적 권리를 막을 수 없다. … 마지막으로 코이의 욕구와 앞으로 가능한 의학적 선택지를 봤을 때, 자랄수록 더 여성적인 외양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콜로라도 민권부는 이 사건에서 당국이 콜로라도주 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차별행위를 행하였음을 인정하며, 당사자 사이의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기 위하여 강제 조정을 명령한다고 하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어린이에 대한 의료적 접근과 논쟁점


 


한편, 이 진정 결과의 발표 이후, 뉴욕 타임즈에서는 “아이가 다른 성별로 정체화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미국 정신의학학회 DSM5 중 성,젠더 주체성 장애 부분의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던 잭 드레셔(Jack Drescher)박사의 기고를 시작으로 독자 간의 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http://www.nytimes.com/2013/06/30/opinion/sunday/sunday-dialogue-our-notions-of-gender.html?pagewanted=all


 


잭 드레셔는 코이 같은 트랜스젠더 어린이는 트랜스젠더가 아닌 동성애자로 자라는 경우가 다수라고 하며, 트랜스젠더 어린이에 대한 의료적 접근은 아직 합의가 없는 논쟁적인 분야이고, 임상에는 크게 세 가지 대응방법(사회적 전환을 돕기, 크로스젠더적인 행동을 막기, 지켜보기)을 사용하는데 어떤 것도 한계점이 있으니 부모들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하라고 조언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부분의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동성애자로 자란다”는 태도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임상적인 데이타 없이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고, 결국 어린 시절의 트랜스젠더는 모두 다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위험한 전제로 귀결되며, ‘크로스젠더적 행동 막기’와 ‘그냥 지켜보기’ 태도는 transsexualism이 병리적이므로 막아야 한다는  ‘교정치료(reparative therapy)’의 함의로 읽힌다는 설득력 있는 반론이 있습니다.



http://gidreform.wordpress.com/2013/07/07/response-to-dr-jack-drescher-and-the-new-york-times-about-childhood-transition-part-3-guest-blog/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


 


이 사건은 진정 4달 만에 최종 결정문이 나왔으니, 몇 년씩 걸리는 연방대법원 사건보다는 소송실무적으로는 간단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많은 논쟁점과 함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연 저렇게 크게 문제 제기하는 것이 딸을 위하여 최선일까” “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코이 그리고 다른 트랜스젠더, 젠더비순응적인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용감하게 문제 제기를 한 코이와 마티스 부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덕분에 많이 배우고 다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부터 그저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학교,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을 고민하는 모두의 문제가 되었으니까요.


 


 


글_류민희


 


<참고>


 


콜로라도 주 민권부 결정문 <출처: TLDEF 홈페이지>


http://www.transgenderlegal.org/media/uploads/doc_531.pdf


 


트랜스로드맵


http://transroadmap.net


 


The National Center for Lesbian Rights, Sylvia Rivera Law Project, A PLACE OF RESPECT: A GUIDE FOR GROUP CARE FACILITIES SERVING TRANSGENDER AND GENDER NON-CONFORMING YOUTH
http://www.nclrights.org/site/DocServer/A_Place_Of_Respect.pdf


 


Lambda Legal, Working With Transgender and Gender-Nonconforming Youth
http://www.lambdalegal.org/know-your-rights/working-with-transgender-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