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성소수자 법률가들의 유쾌한 만남 – 제4회 LGBTI법률가대회를 갔다 와서

글. 박한희

지난 8. 18. ~ 19. 이틀에 걸쳐 제4회 LGBTI법률가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성소수자 법조인/예비법조인들이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 벌써 4년째 개최되고 있는 이 대회에 희망법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게이법조회와 함께 꾸준히 공동주최로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좋은 만남과 이야기가 깊어지는 이번 법률가대회 후기를 간략히 전합니다.

 

제4회 LGBTI 법률가대회 웹자보

 

어느덧 4년째

성소수자 법조인들의 만남이 벌써 4년째 정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시작은 2015년 여름 어느 날, 공익인권법 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와 희망법 류민희, 조혜인, 한가람 변호사가 성소수자 법조인들이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였습니다. 외국에는 이미 성소수자 법조인들의 모임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경우 미국변호사협회(ABA) 산하에 전미 성소수자 변호사협회(The National LGBT Bar Association)가 있고, 일본에는 성소수자 당사자, 지지자들의 모임인 LGBT지원 법률가네트워크가 있어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동성혼, 성별정정, 차별금지법, 군형법 추행죄 등 성소수자 관련 법률이슈가 계속 대두되던 상황에서, 성소수자 당사자 법조인들이 만나 경험을 나누고 교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데 뜻이 모아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5. 8. 15. ~ 16. 제1회 LGBTI법률가대회가 드디어 개최를 합니다. 저 역시 당시 로스쿨을 다니면서 준비팀에 같이 참여해서 누구를 만날지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시작된 LGBTI법률가대회는 햇수를 거듭하며 매회 2~30여명의 성소수자 법조인/예비법조인이 참여하는, 이제는 여름을 기다려지게 만드는 그런 행사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로스쿨에 들어올 때부터 법률가대회에 오고 싶었다는 참가자분까지 나올 정도니 이 정도면 이제 확고한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봐야겠죠. ^^

 

다양한 만남, 우리를 묶어주는 경험들

법률가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정체성은 물론 현재 직업, 관심분야, 법률가대회를 알게 된 경로까지. 그야말로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를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찾아옵니다. 그러다 보니 재밌는 만남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같이 공부하고 할 때는 전혀 서로의 정체성을 모르던 두 사람이 대회날 만나서 놀라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과 생각들을 가진 참가자들이지만 공통적인 것은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겪는 경험에서 나오는 문제의식들을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법률가대회는 매회 지난 한 해 어떤 성소수자 인권이슈가 있었는지 알아보는 <지난 한해 무슨 일이 있었나> 코너를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한국사회에 주로 문제되는 성소수자 인권 이슈를 이해하고 성소수자 법조인/예비법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서로 고민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성소수자 인권이슈를 설명하는 모습

 

한 가지 아쉬운 점은 4회까지의 참여자들이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젠더퀴어 등 다양했지만 트랜스젠더라고 정체화를 한 참가자는 저 하나였다는 거. 앞으로 보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 법조인/예비법조인이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만난다는 것의 의미

1박2일에 거쳐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성소수자 법조인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토크쇼였습니다. 각각 법원, 회사, 로펌, 성소수자 단체에서 일하는 4명의 법조인분들을 모시고 각자가 하고 있는 일들과 그 과정에서 성소수자이기에 부딧히는 고민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요. 저 역시 바로 지금의 희망법에서만 일을 했기에 다른 법조인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들으면서 몰랐던 직역의 세계를 알게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어디까지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들, 성소수자로서의 삶과 직장인으로서의 삶 간에 존재하는 긴장감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듯합니다.

“앞으로 법조계 진출해도 LGBTI 분들이 많겠구나 생각했다”, “예비법조인으로서 자긍심을 얻었다”, 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참가자 중 몇몇 분들의 이러한 소감을 들으며 성소수자 법조인들이 함께 만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쩌면 서로 같은 삶의 경험을 나눌 수 있고 같은 이슈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우리는 어디에나 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이미 하나의 시작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만남이 또 다른 형태로 연결되고 어떻게 다듬어질지는 또 향후의 대회를 거치며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참가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리고 이 글을 보며 관심을 가지신 성소수자 법조인/예비법조인 분들, 내년에 또 새로운 자리에서 만나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을 마치고 조혜인변호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