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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서울인권컨퍼런스 “차별과 혐오” 세션 토론 참가기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앞두고 2016년 12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서울시청에서는 <서울인권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국제행사로서 인권 관련 주요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열띠게 토론을 벌였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는 “차별과 혐오” 세션에서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로버트 윈테뮤트 교수, 오사카 경제법과대학아태연구센터 객원연구원 아스코 모로오카 변호사, 대만 반려권익추진연대 설립자 빅토리아 쉬 변호사가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인권위원회 선임정책고문 스네 라오, 표창원 국회의원, 그리고 희망법 한가람 변호사가 토론자로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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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컨퍼런스에서 한가람 변호사는 차별과 혐오에 관한 한국의 법제도를 개관하면서, 차별과 증오의 선동 속에서 인권 관련 제도가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는 현실을 짚어주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우려를 표하고, 플로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발제자, 토론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한가람 변호사의 구두 토론문을 옮겨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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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안녕하십니까?

서울시인권위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입니다.

세 분의 발표 잘 들었습니다.

유럽, 일본, 대만의 차별과 혐오에 대한 제도적 접근들을 살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인권법제로서 2001년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존재합니다. 이 법률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조직법의 성격을 주로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을 정하면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와 인권침해를 규정하고, 그리고 이에 대한 조사 절차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은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됩니다.

이외에도 몇몇 법률에서도 차별금지에 관한 조항들이 있고, 인권 관련 행정규칙, 각종 인권조례를 통해서도 다양한 사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사유로는 보통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명시하고 있는 차별금지사유를 제시하되, 이보다 더 적거나, 또는 ‘성별정체성’과 같은 차별금지사유를 더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2007년 입법 추진 이후, 국회에서도 몇 차례 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지만, 제정 노력은 언제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유엔 인권조약기구의 국가심사 때마다 언제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또한 혐오표현이나 혐오범죄에 대한 규제는 제도적으로 전무합니다. 빅토리아 쉬 선생님께서 대만의 혼인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성적지향과 관련하여 한국은 군인에 대한 소도미 처벌조항이 있는 등 제도적으로 넘어서야 할 장벽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 이주민, 무슬림에 대한 혐오는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올해의 일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016. 2.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당시 대표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 참석해 “인권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선동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오늘 여러분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주장하시는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 관련 법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당에서도 방침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한편, 박영선 비대위원은 “동성애법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 “하나님의 이름으로 여러분께 동성애법, 차별금지법, 인권 관련 법, 그리고 이슬람 문제 등을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습니다(「김무성·박영선 ‘동성애 반대’ 발언 영상···“두 당대표가 항복 선언”」, <경향신문> 2016. 3. 3.자).

총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보수개신교에서 설립한 정당은 반성소수자, 반이슬람을 모토로 선거운동에 돌입했습니다. 2016. 3. 창당한 기독자유당은 대한민국을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을 합법화하려는 세력들”(기독자유당 취지문)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20대 총선 선거 공약으로 “동성애 법제화 반대”, “이슬람 특혜 반대”, “반기독악법 저지” 등을 내걸었습니다. 또한 선고공보와 연설, 언론 인터뷰, 티브이 광고를 통해 ‘동성애는 에이즈를 유발한다’, ‘차별금지법이 입법되면 전도가 금지된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총선 기간 내내 성소수자와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증오를 선동했습니다. 총선 결과 기독자유당은 정당득표율 2.64%를 기록하여, 원내 진입에는 실패하였으나 정치자금법상 국고보조금을 지급받는 정당이 되었습니다.

한편,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정치권이 이러한 차별선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몇몇 당선인들은 언론을 통해 “동성애는 하나님나라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차별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반성소수자 차별선동을 공개적으로 지속하고 있습니다(「기독 당선자들의 눈으로 본 제20대 국회」, <크리스천투데이>, 2016. 5. 13.자). 이러한 주장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됨은 물론입니다.

2015. 11.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전반에 관한 권고문에서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소수자(LGBTI)에 대한 폭력, 혐오발언과 같은 심각한 차별적 태도”에 대하여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국회에서의 이른바 성소수자에 대한 ‘전환치료’ 관련 행사에 대한 대관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반적인 인권 관련 법제는 보수개신교계를 중심으로 한 반성소수자 세력의 압력과 로비로 입법이 무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6. 8. 23.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은 주민등록번호 부여시 생년월일ㆍ성별ㆍ지역 등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 임의번호를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보수개신교계와 반성소수자 단체들은 국회 입법예고 의견등록 게시판에 1만건 이상의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법안 저지에 나섰습니다. 주된 이유는 “성별은 오직 남녀뿐”인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남녀의 구별이 어렵다”며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는 ‘차별금지법’으로 가기 위한 선제 입법”이라고 주장하며, 개정안을 철회하라며 법안에 이름을 올린 의원실과 지역 사무소 등에 지속적인 전화 항의를 이어 갔습니다(「주민등록법 개정안이 동성애 옹호 법안이라고?」, <한겨레> 2016. 9. 6.자).

2016. 11. 7.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 등이 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보수개신교계와 반성소수자 단체에 의해 철회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개정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보호 및 향상을 위한 경영’을 모범적으로 행하고 있는 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해 인권존중 인증을 하고 외부에 공개하며,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신교계 언론과 보수개신교계 및 반성소수자단체들은 이 법안을 “기업 내 동성애 옹호·조장”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등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활동에 나섰습니다. 발의의원들은 이러한 압력에 발의 2주만에 이 법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개신교 보수세력의 압력에 또 다시 굴복한 국회」, <민중의 소리> 2016. 11. 23.자).

주민등록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본질과 동떨어진 “동성애 조장”이라는 프레임으로 개신교계 언론이 이를 선동하고 보수개신교계를 중심으로 국회에 압력을 가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압력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이를 수용하고 자신들이 내놓은 법안을 철회하기까지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인권 관련 법안들이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인권에 관한 합리적인 토론과 정치의 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률안뿐만 아니라 인권조례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차원에서도 이러한 일들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추이 등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도 성소수자 인권을 비롯하여 시민들의 전반적인 인권의식이 향상되고 있는데, 과대대표되고 조직화된 특정 종교의 목소리가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적 노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집단진정, 입법청원 운동, 국제인권기구를 통한 관심 환기 등을 벌이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 등 국가기구는 보수개신교계의 목소리를 직접 체화하거나 이에 대한 눈치 보기만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럽과 일본, 대만에서도 인권 관련 법제의 추진에 있어서 혐오와 차별의 선동, 인권의 가치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압력과 로비가 존재했었고, 현재에도 그러한 움직임이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어떻게 해 나가왔는지, 정부와 국회, 정치인들이 차별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기본권 보장을 위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해 왔는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오늘 이 자리의 소중한 시간을 비롯해, 차별과 혐오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 이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 더욱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