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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을 넘어서 – 동성결혼소송과 법적 쟁점

법정을 넘어서 – 동성결혼소송과 법적 쟁점













2015년 한국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성교육 표준안을 보며 국가로부터 모욕을 받으며 자기부정적 혐오에 시달린다. 사기적 전환치료 ‘탈동성애’ 주의자들의 차별 선동 행사를 국가인권위와 김상진, 손인춘 등 국회의원들이 대관해주며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재단의 설립이 거부되고 1년에 한번 하는 자긍심의 상징 퀴어문화축제의 집회 시위의 자유가 국가나 사인으로부터 침해당한다. 트랜스젠더 성별정정에 외과적 수술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에 의한 신체의 자유 침해이며 신체훼손의 강요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의 요구를 넘어 이미 국정과제인데도 정부가 입법의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시급한 과제이다. 




그런데 한편 또 하나의 중대한 법적 불평등이 존재한다. 바로 결혼권의 침해 문제이다.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동성결혼소송은 사법부가 한국의 동성 커플의 차별과 고통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겪는 법적 사실적 상황을 개선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평등하게 만들고자 하는 그런 이야기다. 2001년부터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한 21개국의 나라들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 불평등은 충분히 사법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 아래에서 몇 가지 질문에 답한다.









질문1. 서대문구청은 신청인들의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사유로, 민법 제815조 제1호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민법 제826조 내지 834조 등에서 규정한 ‘부부(夫婦)’라는 용어를 근거로 들었다. 과연 우리 민법은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는가?




– 그렇지 않다. 민법 제807조는 “만 18세가 된 사람은 혼인할 수 있다”고 하고 제809조와 제810조는 근친혼과 중혼을 금지하고 있을 뿐, 같은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끼리 혼인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민법은 혼인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결합임을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지, 그것을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 사이의 결합만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민법 제826조 등에서는 “부부”라는 말을 사용하여 마치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 사이의 결합을 전제하고 있는 듯한 외관을 보이고 있으나 이 또한 같은 생물학적 성의 사람들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원래 결혼을 호칭하는 웨드(wed)라는 영어 단어는 앵글로 색슨족 사이에 신랑이 신부를 데려 오며 신부의 아버지에게 주었던 돈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근대 혼인의 요건에 지참금이 필수적이라고 해석하지 않는다. 혼인에 관하여 국어·외국어상 존재하는 많은 말들의 어원은 성별특징적인 특성을 보인다. 혼인은 과거에는 동등한 당사자 사이의 결합이었다기보다는 매우 성별특징적이고 성차별적인 제도(gendered institution)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의 혼인법은 가부장제와 성별에 의한 차별을 철폐하려는 방향으로 개정되거나 해석되고 있고 그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의 요청이다.




이런 이성혼 전통의 잔재는 현재 혼인법을 합헌적이고 통일적인 의미에서 해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소송의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와 같은 동성 간 커플들은 이미 서로에 대한 배우자(spouses)라는 의미로‘부부’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중세의 시민(citizen)에는 원래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성은 지금 시민일 수 없는가?













질문2. 헌법 제36조 제1항 ‘양성의 평등’ 문언이 동성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지 여부




– 그렇지 않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녀동권’에서 출발한 이 표현은 연혁적 의미로도 전통적인 남존여비사상과 가부장적 사고를 부정하며,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제11조 후문이 혼인과 가족의 영역에서 구체화된 특별 규정이다. 






언어학적으로도 헌법 제36조 제1항의 ‘양성(both genders or sexes)’은 ‘혼인의 당사자는 이성간(opposite sex)’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 ‘양성’과 ‘이성’은 의미와 용례가 분명히 다르다. 한국법제연구원의 우리 헌법 영문본은 양성 평등을 ‘gender equality(성평등)’의 의미인 ‘equality of the sexes’ 라고 번역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5. 2. 3. 2001헌가9 사건에서 ‘양성평등 명령이 혼인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생활로 확장되었고, 양성평등에 더하여 개인의 존엄까지 요구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양성의 평등’은 ‘혼인’ 뿐만 아니라 ‘가족생활’의 기초되는 가치를 공통적으로 선언하면서 동시에 수식하고 있다. 따라서 ‘양성’의 표현은 그 제도의 구성원이 이성으로만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석한다면 부자, 모녀와 같이 동성만으로 이루어진 가족 또한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되는 이상한 결론을 낳기 때문이다.




이 문언이 혼인과 가족제도가 언제나 두 개의 성별로만(dual-gendered) 구성되어야 한다고 읽히는가? 과연 헌법제정자는 이 조항을 통하여 무엇을 말하려고 했나. 혼인과 가족제도 안에서 성평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조항에 기하여 동성결혼이 금지된다는 주장의 함의는 무엇일까? 수십 년간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살아온 동성 가족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이 먼저 죽었다. 남은 한 명은 혈연가족들에게 쫓겨나서 결국 자살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삶을 통째로 부정당하기 일쑤였다. 관계를 인정받고 사회 속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다. 왜 이러한 부정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을까? 왜 법 바깥에 있는 커플들의 차별과 고통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을까? 




2015년 3월 일본 시부야구에서는 동성커플을 인정하는 조례가 통과되었다. 2015년 7월 대만 타이중시청은 동성배우자도 수술동의서에 동의 서명이 가능한 것으로 의료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완전한 평등일 수는 없지만 의미있는 시작이다.




조항의 연혁 언어학적 의미 등 앞뒤를 다 자르고 나서 다짜고짜 ‘헌법 문헌에 의하여 동성결혼은 위헌이므로 한국에서 동성결혼은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혹시 이러한 논의를 싹부터 효과적으로 자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7월 6일 심문기일에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오정진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법의 바람직한 태도는, 법이 장벽으로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동성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법도, 사회도, 국가도 세상을 축소시킬 이유가 없다.”











질문3. 법적 배제는 당사자들과 그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이러한 배제와 차별은 공중보건적 차원에서 한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된다.




심문기일에 참석한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는 차별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호모포비아로 인한 배제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고 했다. 상처라고 하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한 사람에 대해 일종의 왕따를 시키는 상황을 만드는 실험에서 차별당하는 사람의 뇌를 분석하면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차별로 인한 상처는 물리적 상처와 다르지 않다. 




성소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사회적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개개인들과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동성결혼 불인정’과 같이 그 자체로 차별일 뿐 아니라 개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차별을 강화시키는 왜곡된 사회적/제도적 장치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은 성소수자 본인의 삶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가족, 동료 모두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으로 주며, 소수자를 전체 인구 중 최소 2% 정도로 잡더라도 100만의 인구이고, 이들의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질문4. 동성결혼소송에서는 어떠한 사실을 발견해야 하는가?




– 20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동성결혼을 적극적으로 금지했던 주민발의안 8이 통과되었고 즉시 이 주민발의의 위헌성을 다투는 소송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차별적인 조항은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 싼 과거의 오류와 편견에서 기반한 것이므로 이 재판에서는 성적지향과 연관된 지성사적 발전과정과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사실 확정(finding of the fact)을 해 나간다. 여기서 Nancy Cott, Gregory Herek, Illan Meyer 등 유명한 가족학, 역사학, 심리학자들이 등장하여 동성애적 성적지향, 혼인의 역사와 현재적 의미, 소수자 스트레스, ‘전환치료’라는 사기 등에 대해 진술하였고 이 기초사실은 조서에 그대로 기재되었다. 한편 이 소송에서 신뢰성 있는 반대측 전문가는 사실상 등장하지 않았다. 동성결혼소송에서는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전문가협회나 전문가들의 법정 의견서(amicus brief)가 많이 제출된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가적 양심을 걸고 과학적 사실을 진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헐리우드 유명배우들은 캘리포니아 소송에 대한 조서를 대부분 그대로 재현하여 연극을 상연하였다. 그것이 다음 동영상 ‘8 – 결혼평등을 위한 투쟁에 관한 연극‘이다. ‘밀크’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였고 게이 활동가이기도 한 더스틴 랜스 블랙이 각본을 썼다. 




본 워커 판사로는 브래드 피트, 원고 커플로는 제이미 리 커티스, 크리스틴 라티, 맷 보머, 매튜 모리슨, 원고측 변호사로 조지 클루니, 마틴 쉰, 동성결혼 반대측 변호사로 케빈 베이컨 등이 등장하는 초호화 캐스팅이다. 







AFER는 소송이 단순히 권리를 인정하는 장을 넘어서 사회가 잘못된 편견을 교정하고 올바른 지식을 학습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연극을 유투브로 생중계하였고 동영상을 공개하였다. 한편 AFER는 설립목적을 달성했으므로 최근 단체 해산을 선언했다.








8 – 결혼평등을 위한 투쟁에 관한 연극‘







하지만 2015년 7월 6일 한국 동성결혼소송의 심문기일은 이 동영상보다 몇 배나 서러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김조광수 감독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앞두고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배우자 김승환씨는 법적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해 다른 가족이 올 때까지 무력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대기하던 그 모멸적이고도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야기할 때, 혼인신고 수리 거부로 인한 권리 배제와 모욕을 이야기할 때, 법정의 변호인단은 흐느껴 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왜 권리의 주장을 위해서 사법부로 가는 것인가? 이러한 불평등과 부정의를 구제할 가능성과 의무를 우리 헌법이 부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회로서 나아질 수 있는 그 가능성을 활용할 것인가, 저버릴 것인가.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호하는 것은 사법권이 헌법을 해석함에 있어 부담하는 책임이다. 오히려 이러한 책임에 따라 법원은 국가가 지켜주어야 하는 개인의 이익을 정의할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야 한다.(p.10)”




“불의의 본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에 그것이 우리의 눈에 바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새로운 통찰로 인해 헌법이 중점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와 기존 법적 질서 사이에서 불일치가 나타날 때, 우리는 자유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p.11)”




미국 연방대법원 2015. 6. 26. ‘동성결혼 결정’ 오버게펠 대 호지스 (Obergefell v. Hodges) 국문 번역본


cfile5.uf.2260433455C18089488263.pdf



번역 / 게이법조회




글 / 류민희


사진 제공 /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 이 글은 문화연대 뉴스레터 문화빵에 실렸던 것을 일부 수정하여 전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