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공익인권법 활동자료를 함께 나눕니다.

[법률신문] “성소수자의 고통 어떻게 대변할지 고민”

 

“차별받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 법의 언어로 나타내고 대변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최근 성전환자로 커밍아웃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32·변호사시험 6회) 변호사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of HOmphobia, Transphobia & Biphobia, IDAHOT)’을 닷새 앞둔 12일 본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올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에서 활동하고 있다.

 

IDAHOT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목록에서 삭제한 5월 17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박 변호사는 최근 쏟아지고 있는 세간의 관심에 자신의 이야기가 한 개인의 특수한 사례로만 여겨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최근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저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커밍아웃을 한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법조계에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등 성소수자 법조인이 이미 여럿 있습니다. 그 중에는 널리 커밍아웃을 한 분들도 있고, 커밍아웃은 하지 않았지만 저와 같은 성 정체성을 갖고 계신 분 또한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가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여러 성소수자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 변호사는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 다니던 회사에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념 끝에 법조계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는 전문자격증을 가져야겠다 생각했죠. 공부를 해야한다면 저와 같은 트랜스젠더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업선택의 폭이 넓은 변호사를 꿈꾸게 됐고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군형법상 추행죄(제92조의6)의 폐지와 성별정정요건 개정 등을 이끌어 내고 싶습니다.”
그는 특히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일부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는 차별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습니다. 차별에 대한 제 경험과 여러 연구들에 비춰 볼 때 차별은 결코 한가지 요소, 한가지 축으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장애, 연령, 학력, 고용형태, 종교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성소수자들이 어떠한 차별을 받고 있는지,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법제도와 사회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서영상 기자  ysseo@lawtimes.co.kr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