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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국가인권위법 개악안 발의 규탄한다!”

11월 12일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등 40인에 의해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이분법적 개념으로 축소하는 개악안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2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공동주최로 <성소수자 차별하고 성별이분법 강화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 발의 규탄 기자회견> 이 열렸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희망법 박한희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으로서 참여하여 발언했습니다.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한희입니다.

오늘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차별과 혐오에 희생된 트랜스젠더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 날에, 혐오를 퍼뜨리는 법안을 마주하고 이렇게 국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현실에 안타깝고 또 분노합니다.

성적지향 차별금지 조항 삭제, 성별을 변경하기 어려운 선천적이고 생래적인 특성으로서 남성과 여성의 하나로 정의하는 이번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이 주는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되며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인터섹스의 존재는 부정된다는 것입니다. 차별을 정당화하고 개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헌법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이런 법안, 국회에 발의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참담합니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존엄하며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가 이야기하듯 평등의 가치는 인권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가치입니다. 누군가를 성별을 이유로, 인종을 이유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듯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안상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성소수자 인권은 보호해야 하나 성적지향은 삭제해야 한다는 궤변만을 늘어 놓았는데, 평등의 개념부터 우선 숙지하고 이야기를 하길 바랍니다.

한편으로 법안 제안 이유에 따르면 헌법재판소 병역의무 결정(2006헌마328)과 대법원 성별정정 결정(2004스42)을 근거로 성별을 이분법으로 한정하는 정의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의 헌재 결정에서 성별을 언급한 것은 성별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는 개인의 특성 중 하나에 불과함에도 역사적으로 이것이 차별가능 사유로서 정당화했기 때문에 헌법이 성별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시했다는 것입니다. 즉, 헌재는 역사적, 구성적 관점에서 성별을 바라보며 성차별이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시한 것이지 이를 이용해 또 다른 차별을 정당화할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대법원 결정은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에 대한 최초의 결정으로 ‘트랜스젠더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결정입니다. 트랜스젠더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이야기한 결정을 왜곡하여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는 법안을 내다니, 이 법안에 동조한 국회의원들이 대체 시민의 대표로서 입법기관이라 부를 자격이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 국회법에 따라 의원들은 위와 같은 선서를 하고 임기를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헌법의 가치에 반하고 반인권적인 개악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더 이상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이들 의원들은 개악안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해야 합니다.

법안 철회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두 의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무진의 착오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그만두고 이 사태에 대해 깊은 성찰과 사과를 하여야 합니다. 나아가 이번 일에는 정치권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선거 토론, 공청회 등에서 공공연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나오고 동성애자는 차별받아서는 안 되나 동성혼은 이르다는 궤변들만 늘어놓으며 차별금지법을 나중으로 미루어 온 정부와 국회의 태도가 바로 지금의 참담한 현실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연대체로서 정부와 국회, 각 정당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각 정당은 이번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징계하고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라!
정부와 국회는 성소수자를 포함해 어떠한 혐오와 차별도 용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라!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즉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저 역시 한 명의 트랜스젠더로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모든 사람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냅니다. 혐오와 차별이 비록 우리를 힘들게 하겠지만 우리는 끈질기게 살아남고 저항하며 모두가 평등과 존엄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함께 싸웁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