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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위하여 – 박주희, 주수원 부부

이번 만남 도란도란에서는 희망법 후원회원이신 박주희, 주수원 부부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작년 11월에 진행되었는데 이제야 글을 게시하게 되었네요. 주수원 회원의 인터뷰는 주로 메일로, 박주희 회원의 인터뷰는 구두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면 분량상 인터뷰에서 오간 많은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희망법 조혜인: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주희, 주수원: 저희는 2000년에 처음 대학 생활협동조합 학생위원으로 만나, 2012년에 결혼하고, 20137월부터는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부부 박주희, 주수원입니다. 협동조합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협동하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습니다.

 

혜인: 희망법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수원: 희망법에서 일하고 있는 조혜인, 한가람 변호사와 대학 시절 함께 반학생회도 했었고, 김재왕 변호사와도 잠깐 스친 인연도 있어서 가깝게 느껴집니다. 다들 대학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인연을 맺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단지 구성원 때문만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성소수자 인권 옹호 및 공익인권소송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희망법의 활동을 늘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동성결합 논의 정리,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허가 이끌어낸 서부지방법원 판결 등을 보며 혼자서 박수를 열심히 쳤습니다.

 

주희: 조혜인, 한가람 변호사를 알고 좋아합니다. 둘 다 대학을 다닐 때 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구요. 조혜인은 생협에서 주최한 책 벼룩시장에서 도우미를 자원해서 처음 만났어요. 사이즈가 큰 기념 티셔츠를 입고 일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한가람은 육우당 사건 당시 활동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았다가 희망법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희망법 사람들이 공익적인 활동을 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자신의 일을 기존 영역 안에서 객관식으로만 찾기보다 주관식으로 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혜인: 두 분은 2012년에 결혼하시면서 결혼 축의금의 일부를 희망법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에 나누어 기부하셨습니다. 어떤 동기로 이런 기부를 하시게 되었는지요?

 

수원: 축의금이란게 일종의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공동의 계인데, 비혼자나 결혼을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공인되기 힘든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이런 계를 탈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거죠. 그렇다고 축의금을 안내기도 힘든 구조고요. 받지 않을까도 얘기해봤지만, 사회 초년생으로서 축의금 유혹을 이기기는 힘들었고요. 그렇다면, 일부라도 원래의 몫으로 돌려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희: 저에게 성소수자 친구들이 없었다면,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잘 못 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사회에 십일조를 내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처음 주수원의 제안을 받고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결혼식을 하는 게 꿈이었는데, 결혼 당시에 상조문화가 발달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니 축의금을 안 받겠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이런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있던 터라 제안이 더 반가웠구요.

기부를 한 후에 한 성소수자 단체에서 눈물이 났다는 답메일을 써주셨어요. 참 작은 기부였는데 그런 답장을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주희, 수원 부부가 축의금 일부를 희망법에 기부하며 남긴 글>


혜인: 작년 여성 두 분이 40년 간 동거하시다가 한 분이 암에 걸려서 돌아가시게 되자 남은 분이 실질적인 가족으로서 아무런 제도보장도 받지 못하고 결국 자살에 이른 사건이 있었습니다(참고기사: 40년 동거한 여고동창생의 비극적인 죽음, 연합뉴스 2013-10-31). 이처럼 이성결혼제도 밖의 사람들에게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한국사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는데, 결혼제도에 들어간지 2년차이신 분들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수원: 제도라는 게 속박하는 부분도 있지만, 주는 혜택도 많다고 생각해요. 또 저희는 비교적 결혼제도에서도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고요. 비단 부부만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요건 하에 같이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공동으로 형성된 재산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이성애자 중심의 가족관만으로 제도를 고집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기도 점점 힘들어질거라 생각해요.

 

주희 : 미국에서 공부할 때 비혼자인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로 사회적 다양성을 키우는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결혼과 제도적 보장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택권으로 주어져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저도 굳이 결혼제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안 들어갈 수 있으면 안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지만, 결혼을 통해 미워도 다시 한 번? 이런 관계가 되는 건 좀 좋은 거 같아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함께 하는 동안 관계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요. 결혼식도 큰 기대가 없었는데, 하고 보니 가족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가 됐고 모두에게서 축복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러한 제도들이 결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이고, 소수자들도 하고 싶은 사람은 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소수자들이 결혼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단체들을 지원하는데 축의금의 일부라도 사용하고 싶었구요.

 

혜인: 두 분은 ()협동조합연구소(http://www.coops.or.kr)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협동조합과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주희, 수원: 협동조합에 대해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공동의 필요를 사업으로 전환한 결사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가구가 사는 외딴 섬에서 인터넷 선을 설치 하고자 할 때, 주식회사에서는 이게 돈이 되는지 고민합니다. 5가구 이상 되어야 이윤이 남는다고 판단되면 인터넷 선을 설치하지 않죠. 반면 재단법인과 같은 비영리법인의 경우 공익성을 판단합니다. 정보 접근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따져보고 공익성이 있다 인정되면 무상으로라도 도와주죠. 반면 협동조합의 문제해결 방식은 3가구 주민이 정말 인터넷을 설치 필요가 크다면, 직접 자금을 모아서 스스로 불편함을 해결합니다. 이렇듯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호혜 정신을 실천하는게 협동조합입니다.

 

혜인: 한국사회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작년 말부터 시행 중이고,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도 높습니다. 반면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없고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계가 명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협동조합 운동이 갖는 의미와 잠재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수원: 협동조합 관련 상담을 하며, 제일 처음 하는 얘기가 협동조합은 만능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사업체로서의 속성과 결사체로서의 속성 둘 다 있다 보니,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업만을 생각하고 접근하거나, 운동적인 부분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사람도 잃고, 돈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모순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협동조합 조합원수가 10억 명을 넘고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직원 수 만해도 1억 명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300개의 협동조합 총 연간 매출액이 2010년 기준 2조 달러에 이르고 있으니 이미 세계적으로 실현된 꿈인 것이죠.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이런 협동조합이 모순적인 가치를 추구함에도 경제적으로 성공한 기업모델일 수 있다는 점을 호박벌에 비유해서 설명합니다. 호박벌은 몸에 비해 날개가 매우 작고 가벼워서 역학적으로 비행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꿀을 모으기 위해 일주일에 1,600km를 날아다닙니다. 협동조합을 한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부자가 되거나, 구성원들이 갑작스레 나눔을 실천하게 되기 보다는 필요에 기반한 경제라는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또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었던 경력단절 여성, 노인, 장애인 등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노동환경에서 다시금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큰 비중은 될 수 없겠지만,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짜게 만들듯이 지금의 경쟁 일변도, 승자독식의 경제를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주희: 저는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의 의미가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가 달라졌을 때 새로운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봐요. 경제적인 구조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예를 들어 봉건 사회 안에서 자본주의적인 원리로 움직이던 조직체들이 작게 생겨나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그게 주류가 되었을 때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오게 되는 것처럼 사회 안에서 어떤 원리가 더 지배적인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를 달리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협동조합의 운영 원리는 분명하게 자본주의적인 원리가 아니거든요. 비록 협동조합들이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성공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요. 예를 들어 지금 미국에서는 전기 소비자협동조합이 전체 전기의 10%를 공급합니다. 전선 라인으로만 따지면 40%이구요. 이 정도가 전혀 체제 위협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주식회사와는 조직 운영 원리가 전혀 달라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권의 핵심은 의사결정권과 잉여수취권, 즉 의사결정을 누가 어떻게 하고 잉여가 남았을 때 어떻게 가져가느냐라는 두 가지인데, 협동조합은 11표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돈을 낸 사람이 돈을 낸 만큼 목소리를 갖는 주식회사와 다릅니다. 또 주식회사의 이윤은 투자자가 가져가지만 협동조합의 잉여는 구성원이 일정한 배분원리에 따라 배분받는 방식이구요. 이렇게 자본주의의 핵심과 전혀 다른 원리로 운영되는 조직이 사회 안에 점점더 많아진다면 어느 순간 그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조금 다른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바쁜 일정 때문에 박주희 회원과 늦은 밤 까페를 전전하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혜인: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역할과 희망법이 해주었으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주희: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이 행복한 사회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하잖아요. 남이 하라고 하는 일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여러 여건이 만들어져야겠죠. 저는 협동조합이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구요.

또 운동하는 사람들은 더욱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희망법에 외부적인 요구사항들이 많겠지만 그에 부응하면서도 본인들이 행복한 그런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수원: 한국사회가 자기 주도적 노동이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협동조합은 그런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조직형태이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구요. 또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파라노만>이란 애니메이션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마녀사냥으로 억울하게 죽은 혼령을 그동안 계속 억지로 재워 오기만 했는데, 주인공은 그 혼령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합니다. 제대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치유가 되는 것이죠. 저도 그렇게 잘 듣고, 잘 전달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희망법은 이미 그런 소수자의 가리워진 목소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재정이 어렵다고 들었는데, 보다 안정적인 구조가 되어 이런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혜인: 마지막으로 희망법에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원: 희망법도 협동조합으로 하면 어떨까요? 이미 협동조합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