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동계실무수습] 2편, 언젠가는 나도 희망법의 동료가 되기를!

글쓴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홍기

 

희망법으로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입학하여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예비 법조인. 주변에는 분명 그런 멋진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확실한 목표도 그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도 나에게는 없었다. 왜 로스쿨에 진학했냐는 질문에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답하곤 했지만, 내 대답은 그저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귀하다는 젊은 날의 시간을 나는 둥둥 띄워 보내고 있었다.

실무수습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조언에 나는 희망법에 가고 싶다고 답했지만 내가 4주짜리 실무수습을 지원할 자격은 있을 지 조금은 겁이 났다. 내 기말고사 답안지 앞에서 교수님께서는 방학동안 복습을 철저히 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셨었다(아이 창피해). 고백하건대, 충동적으로 지원서를 작성했고 급하게 제출했다. 실무수습 기회가 주어졌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조금 놀랐다.

희망법이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집에서부터 생각보다 먼 거리에 있었다. 첫 날부터 지각하게 될까 조금 긴장했었다. 첫 날에는 희망법에 대한 소개 및 실무수습 기간 동안의 전반적인 일정을 설명 받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이어서 공동과제 설명이 있었다. 공동과제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을 위한 증인신문사항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경찰이 고인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경찰의 판단을 들어 부지급 결정을 한 사건이다. 쉽지 않을 것 같아 다소 걱정이 되었다.

IMG_3635

첫 주

첫 주에는 교육을 받는 일정이 이어졌다. 서선영 변호사님의 집회시위의 자유, 이종희 변호사님의 일터 괴롭힘, 한가람 변호사님의 소송실무의 기초, 김재왕 변호사님의 장애 인권의 이해, SOGI 인권의 이해, 김동현 변호사님의 기업과 인권, 류민희 변호사님의 동성결혼의 쟁점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희망법이 지금까지 진행해 온 소송과 활동들을 중심으로 해당 주제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고 구체적인 사례들이 주어지니 몰입되어 열심히 들었다. 교육을 맡으신 변호사님들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우리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아 교육 만으로도 일주일이 바쁘게 지나갔다. 교육 틈틈이 공동과제를 위해 기록을 읽어나갔는데 이해가 되어간다기 보다는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 주

둘째 주엔 먼저 공동과제에 대한 중간점검이 있었다. 월요일엔 혁신센터 2층에 마련되어 있는 회의공간에 모여 회의를 했다. 서울혁신센터는 이러한 공용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돌이켜보면 이를 좀 더 활용했으면 좋았을 걸 우리는 너무 회의실에서만 지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1층 카페에서 파는 바닐라 라떼가 맛있다는데 사 먹어 보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각자의 생각이 모아지기 시작했다면 좋았겠지만 내 자신의 생각도 정리가 되질 않는다. 모두가 공동과제를 어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 내가 여기서 구멍은 아니구나. 맞더라도 아직 티가 나지는 않았겠구나. 월요일 저녁에는 희망법 총회가 있었다. 총회 준비를 돕기 위해 열심히 사과를 깎았다. 총회에서 희망법의 고민과 목표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다음 날 김동현 변호사님과 회의실에 앉아 각자 기록을 읽으며 이해하고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하고 증인신문사항 작성을 위한 내용들을 계속해서 전달 받았다. 과제를 마치는 것이 멀게만 느껴졌다. 이어서 첫 번째 개별과제를 부여 받았다. 첫번째 개별과제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작성하는 것과 장애인 영화관람권 소송을 위한 해외 사례를 리서치 하는 것이었다. 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작성을 택했다. 경찰의 위험한 살수차 운용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을 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해외의 사례 특히 영국의 사례를 리서치 하기도 했다. 과제 평가를 받으면서 서선영 변호사님께서 공익변호사로서의 활동에는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일도 있다는 것과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해보고 조심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일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었다. 타 법률과의 조화, 개정된 조항이 의도된 대로 해석되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들에 대한 고민 등이 부족했다고 반성한다. 둘째 주에는 재판 방청과 외부 회의 참석의 기회도 있었다(재판 방청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세한 후기가 있을 것이다). 외부 회의는 민변 세월호 민사소송 대리인단 회의와 민변 여성위 회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나는 세월호 민사소송 대리인단 회의에 참석하였다. 첫째 주에 진행되지 못한 류민희 변호사님의 국제인권메커니즘의 이해 교육이 진행되었는데 국제기구에서의 인권변호사로서의 활동 그리고 국내에서 국제기구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들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금요일에는 모의헌법재판 경연대회를 방청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간 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회의에 참석하였다. 장추련의 상담 사례들을 검토하며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접했는데, 특히 개인운영신고시설에서 장애인을 수익의 수단으로 대하여 발생하는 사례들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3245

셋째 주 그리고 마지막 주

셋째 주와 마지막 주는 설 연휴 때문에 짧아서 금방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다. 셋째 주에는 우선 공동과제인 증인신문사항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강평을 받았다. 월요일에는 실무수습생 일동이 각자의 출발지점에서 대강 중간지점인 한양대 앞 카페에 모여 공동과제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김동현 변호사님의 강평이 있었고 제출한 증인신문사항을 수정하고 마지막 날 사건에 대한 전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것으로 공동과제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개별과제가 주어졌다. 두번째 개별과제는 일반교통방해 위헌제청신청서를 작성하는 것과 일터괴롭힘 사건에 관련하여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반교통방해 위헌제청신청서 작성을 택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하는 것의 문제점에 대한 서선영 변호사님의 보충강의를 듣고 작성을 시작하였다. 이 개별과제에 참여한 세 명이 모두 필요 이상으로 너무 어렵게 생각하였고 결국 미흡한 결과를 제출하게 되어 많이 후회스럽다. 셋째 주에는 법률가긴급농성단 집회 참가와 영화 위켄즈 관람 후 친구사이에 방문하는 일정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별도의 자세한 후기가 있을 것이다. 중간에 한가람 변호사과의 깜짝 티타임이 기억에 남는다! 바쁘신 와중에 우리를 위한 배려에 감사했다.

 

셋째 넷째 주를 우리가 바쁘게 보내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요리 경쟁의 과열 때문이다. 셋째 주 목요일부터 실무수습생들이 점심식사 준비를 맡았는데 첫번째 주자인 수연은 며칠 전부터 식사 메뉴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두번째 식사를 맡은 민정이 월남쌈(!)을 준비하며 경쟁에 불을 질러 버렸다(집에서 미리 준비해오는 것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요리에 자신이 있던 나도 월남쌈을 보고 크게 동요했고, ‘대강 카레를 준비하겠다’라던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 뒤 이어 유부초밥, 호박전, 불고기 등을 준비한 자들이 경쟁을 이어갔다. 사실 식사준비는 우리 실무수습생들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희망법의 식사를 준비하며 느낄 수 있는 소속감이 컸기 때문이다. 희망법에 식구가 되는 기분을 누린다는 즐거움에 모두 정성을 쏟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해 나누어 먹는 희망법의 점심시간은 언제나 유쾌하고 편안했다. 실무수습생들은 매일 가위바위보를 통해 설거지 당번을 정했는데 마지막 날 이에 동참하신 한가람 변호사님과 김재왕 변호사님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다시 학교로

희망법 실무수습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변호사로서의 내 자신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떠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씀드렸었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간 4주였다. 희망법이 해왔던 그리고 해오고 있는 일들을 접하고 배워가며 미래의 내 모습을 조금씩 구체화 할 수 있었다. 살아있는 사례들을 통해 배웠고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에 대해서 접할 수 있었으며 변호사님들이 사건을 접근해 나가는 방식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희망법이 하고 있는 일에 어설프게 나마 참여하며 변호사로서의 나의 모습을 꿈꿀 수 있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연락하며 지낼 다섯명의 친구를 얻었음에도 감사한다.

마지막 회식에서 그리고 교육 틈틈이 변호사님들은 학교에서 남은 시간을 치열하게 보낼 것을 당부하셨다.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아직 구제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는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느낀다. 알겠으니 열심히 나아가야지. 희망법에서의 한 달은 나에게 앞으로 든든한 격려로 그리고 필요한 채찍질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희망법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고 했던 일들이 조금은 희망법에도 힘이 되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동료로서 희망법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되기를. 나를 잊지 말아줘요 희망법!

IMG_3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