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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실무수습후기] 3편, 장애인의 영화관람 권리

글쓴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수연

 

 

‘희망법’에서의 인턴 2주차에 김재왕 변호사님이 참여하고 계신 사건의 재판을 방청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매일 아침 은평구 사무실로 출근하였던 것과 달리, 이날은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으로 바로 출근하였다.

변호사님 말씀에 따르자면, 이번 변론의 과정은 조금 특별하게 진행된다고 하셨다.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법정을 여러번 기웃거렸지만, 증인 신문이나 국민참여재판이 아니라면 구두로 하는 변론의 과정을 보기 힘들었는데, 원고 측 대리인과 피고 측 대리인은 각각 1시간 정도의 구두 변론을 준비해 와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양측 대리인단이 긴장한 것 같은 분위기를 옅 볼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은 시청각 장애인들이 영화 상영자를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기해 영화 상영 업자들이 영화에 대한 자막과 영상해설을 제공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청구한 사안이었다. 재판에서 다뤄졌던 주요 쟁점은 (1) 자막과 영상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장애인차별법상의 간접 차별에 해당하는지 (2) 영화가 제20조, 제21조 상의 정보 제공에 포섭되는지 (3) 영화 사영업체들이 정당한 편의 제공에 대한 법률 제24조의 수범자로 여겨질 수 있는지 (4) 그리고 영화 자막 및 영화 해설 제공을 아니하는데 있어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지였다.

 

원고는 우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체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동법 제4조에서는 차별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직접차별, 간접차별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직접 차별은 장애인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서비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하는 사안으로, 영화 자막이나 해설의 미제공은 간접차별 혹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고, 따라서 경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원고측 변호사님들이 주장하셨다.

이를 기반으로, 원고 측에서는 피고 영화상영업체가 자막 및 영화 해설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서 동법 제15조, 제20조, 제24조에 위반되는 간접 차별을 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자막과 영화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간접차별인가?

제15조는 제화 용역 제공자에게 적용되는 법률로,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편익을 가져다주는 물건, 서비스, 이익, 편의 등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자막이나 영화의 해설을 전달하지 않는 것은 영화의 편익을 동등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서 피고는 변론에서, 영화의 관람을 통해서 개개인은 각자 다른 경험을 하게 되어있는 것이므로, 자막이나 영화 해설을 제공하지 않아서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이 일반인들과 다르다고 하여 간접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토론의 과정 중에, 시청각 장애인들에게 영화 해설이나 영화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영화 상영이라는 제화의 본질적인 부분을 결여하여 제공하는 것으로, 이를 서로 다른 경험의 일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변호사님은 단적인 예로, 만약 영화 상영 중에 음성이 꺼지거나 영상이 꺼진다면 관람객들은 환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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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정보인가?

또한 원고측 변호사님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보 제공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제20조, 제21조를 통해, 영화 또한 정보이니 시청각장애인이 이를 접근함에 있어서 차별을 하면 안되고, 또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셨다. 디지털 영화 상영 시대에 영화는 디지털 정보에 해당할 뿐이고, 따라서 영화에 대해서도 장애인 정보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피고는 이런 정보의 제공은 영화관 안내에 대한 정보만을 의미할 뿐이고, 영화 자체를 정보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영화관으로 오는 방법이나 상영에 관한 정보를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하고, 영화관 내부에 장애인을 위한 안내 인력을 배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원고측 변호사님는 이에 대해서, 영화 관람을 강연회와 비교하면서, 만약 강연회까지 가는데에 대해서는 수화가 제공되는데, 막상 강연 자체에 대해서 수화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당연히 정보에는 영화가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하셨다.

 

영화 상영 업자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를 따라야 하는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는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해서 차별을 금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다. 원고 측은 영화 상영관도 이 법의 수범자이며, 따라서 이를 따라서 영화 자막과 해설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법은 시행령으로서 그 업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고, 2015년 4월 11일 부터는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규모의 영화 상영관이 이 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영화 상영관 측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영화관은 그 스크린별로 등록하게 되어 있어서, 300석 이상의 영화관이 이 법의 수범자가 될 것이어서 영화 상영업체 전체가 그 수범자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고 변호사님들은 이러한 단계적인 수범자 규정은 사업자 측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고, 이에 따라서 300석 이상의 영화관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대형 상영업체에 대해서 2015년 이후에는 편의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하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하였다.

 

 

영화 자막이나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데에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는가?

원고는 영화 자막 및 영화 해설 제공을 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에 해당하지 않아 편의 제공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서 피고는 자막 제공은 저작권이 문제되는 사안이어서, 영화 제작업체들과 협력을 해야하기 때문에 어렵고, 또한 모든 영화 상영에 있어서 자막을 제공하거나 영화 해설을 제공하는 것은 제반 기기가 필요한데, 이를 구비하기 위해서는 금액이 과도하게 든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영화 자막이나 영화 해설에 대해 편의제공을 함에 있어서 표준화나 설문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청구에 따라 제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이에 대해,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한국 영화 산업의 현실에 따라 제작사와 저작권 협의는 사실적으로 간편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점, 그리고 기기의 구비 또한 1회적인 비용일 뿐 한 번 구비하고 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자막이나 영화 해설 제공에 대한 구체적 사안은 이런 것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측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인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하였다.

 

감상

영화 상영을 업으로 삼는다는 업체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보이지 않는 영화, 들리지 않는 영화란 영화인 것일까?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투자로도 시청각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관은 시혜적이고 한정적인 장애인 영화 상영만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상영 업체들은 자의적으로 이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였다.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영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것, 티켓 구매를 안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스스로 만족해버리는 업체들을 보면서,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일깨워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평행선을 달리는 원고와 피고 간의 공방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변호사님들을 보면서, 진정으로 공익을 위해서 변호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의지를 다지는 것 이상으로, 법적인 지식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새기게 되었다. 변론이 끝나고 만나 뵈었던 당사자 분들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는 미래가 곧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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