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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평등에 다가서는 위대한 걸음” – 대만 사법원 혼인평등 결정을 환영하며

“평등에 다가서는 위대한 걸음”

– 대만 사법원 혼인평등 결정을 환영하며

2017년 5월 24일 현지 시간 4시 대만 사법원은 민법 동성혼 금지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법원은 “민법 제972조 현행 규정이 이성만이 법률상 혼인관계를 할 수 있고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 제22조 혼인자유규정, 헌법 제7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이러한 위헌 부분은 2년을 기한으로 개선해야 한다. 만일 2년 내 여전히 법률규정이 정비되지 않았다면 2년 내 여전히 법률규정이 정비되지 않았다면 동성커플은 민법에 따라 호적사무소에서 결혼등기를 수리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원고인 원로 동성애자 활동가 치 자웨이 한 대만 성소수자 운동의 수십년간의 투쟁과 노력의 결과이다. 이에 부응하여 평등에 다가서는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은 대만 사법원의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대만의 차이잉원 대통령은 2015년 타이페이 성소수자 자긍심 행사를 축하하는 동영상을 통해 혼인평등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6년 10월 프랑스인 자크 피쿠 교수가 동성 연인의 투병과 사망 중 어떠한 의료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 민진당 유메이뉘 의원을 비롯한 38명의 여야 의원은 11월 동성혼을 가능케 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입법원에서 1독회를 마친 상태였다. 이제 입법부에서는 어서 위헌성을 제거해야 하는 과제만 남겨두고 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첫째, 대만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의 결혼 규정들이 동성혼을 허용하는지, 둘째,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것이 결혼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2조에 위반되는지, 셋째 이것이 평등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7조에 위반되는지, 넷째, 만약 비혼인의 다른 제도(동성반려자제도 등)를 입법창설하는 것이 헌법 제7조 평등권이나 제22조 혼인자유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이렇게 4가지로 모아졌다. 이에 대해 대만 사법원은 해당 민법 조항이 헌법 제7조와 제22조에 위반된다고 본 것이다 .

한편 같은 날 오전 10시 한국 보통군사법원은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으로 구속된 A대위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의 유죄 선고를 내렸다. 사랑이 구속, 처벌의 근거가 되는 한국을 사는 우리는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근거 조항은 이미 위헌성이 의심되어 3번의 헌법재판소 심사를 거쳤고 현재 또 한번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앞두고 있는 문제적 조항이다.

이처럼 한국은 성소수자를 2등시민 취급하는 정도가 아니라 구시대적 유산의 조항을 악용하며 불법화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에서 혼인평등의 논의는 사법부에서 두 번의 거절(서울서부지방법원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사건), 입법부의 무응답, 행정부의 무대책 하에, 철저하게 법 바깥에 놓여있다.

동성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2017년 현재 한국사회에서 제도로부터의 배제로 인해 불안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성소수자 시민의 실존의 문제이다. 그동안 사법부에서의 소송, 입법부에서의 대화, 사회적 공론화, 차별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는 이 부정의와 불평등에 대해 이해하고 바로잡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이미 22개국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되었고 이는 한국과 주로 교역을 하는 대부분의 국가이다. 한국은 전세계 특히 OECD 국가에서 슬로베니아, 터키와 더불어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체단체에서도 어떠한 동성커플의 승인 제도가 없는 세 국가 중 하나이다. 오늘 대만 뿐만 아니라 2015년 일본에서는 도쿄 시부야, 세타카야 구를 포함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성파트너십등록제도를 시작했다. 정부와 별개로 성소수자 차별금지와 동성배우자 혜택을 포함한 내부 정책을 채택한 기업들도 일본에서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지금 어떠한 방식으로 평등에 더 가까이갈 것인가 이야기하는 것이 현재 아시아 이웃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배우자가 아플 때 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간호를 위해 휴직을 하거나 업무시간 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배우자와의 이별이 삶의 근간을 흔들지 않도록 하는 것,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그의 장례를 주관하고 애도의 시간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로 인해 불필요한 슬픔과 고통들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권리들이 유예되거나 부정될 수는 없다.

대선 기간 동안 되풀이 되었던 ‘동성혼은 시기상조’의 변명은 성소수자 운동이 10년 전에도 감내해야했던 단어다. 오늘 대만에서의 환희와 자긍심, ‘아시아의 첫번째 First in Asia’ 슬로건을 보며 우리가 도대체 어떠한 국가에 살고 있는지 참담한 마음이었다.

이제 이 부정의와 차별에 더 이상 눈 감지 않아야 한다. 어제 국무총리 후보자 이낙연은 청문회에서 동성결혼이 불합리하게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오늘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한국 보통군사법원의 결정을 목도하며 대만에서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본다. 이 방향에 한국도 속히 따를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대만 사법원 혼인평등 결정에 찬사를 보낸다.

2017. 5. 24.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첨부] 대만 사법원 결정 주요 내용

[해석문]

  1.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 혼인규정이 동성커플을 달리 보는 것은, 공동생활의 목적으로 친밀하고 배타적이며 영속적 결합관계를 형성한 범위내에서 헌법 제22조가 보장하는 혼인자유 및 제7조가 보장하는 평등 취지에 위배된다.

  2. 유관기관은 본 해석 공표일부터 2년 내에, 본 해석 취지에 따라 관련 법률을 수정 또는 개정해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 혼인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것인지는 입법 형성의 범위 내에 있다.

  3. 기간 내에 관련 법률의 수정 또는 제정이 되지 않은 경우는, 동성커플은 영구적 결합관계를 성립하여, 위 혼인장의 규정에 따라 2인 이상이 서명한 서면으로 호적기관에서 결혼등기를 수리할 수 있다.

[이유]

7. 성적지향은 바꾸기 어려운 개인의 특성으로, 그 원인은 생리적 또는 심리적 요소, 생활경험 및 사회환경을 포함한다. 현재 세계보건기구, 미국보건기구와 국내외 중요의학조직은 모두 동성애는 그 자체로 질병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는 과거 사회전통과 관습에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저 장기간 어두운 벽장속에 갇혀 각종 사실상 혹은 법률상 혐오와 차별을 받아왔다. 또한 동성애자는 그 수가 적어 사회에서 고립된 소수이고, 낙인의 영향을 받아 정치적으로 약자이기에, 일반 민주질서에 따라 법률상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다. 따라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헌법심사에서 엄격한 심사기준을 따라야 하며, 중요한 공익적 목적 외에 수단과 목적의 상관관계가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야만 헌법 제7조 평등원칙에 부합한다.

  8. 혼인규정은 이성간 결혼이 생식능력을 필수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혼인 후 생식능력의 상실 혹은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을 이유로 무효라 보지도 않으며, 취소 또는 재판상 이혼사유로도 보지 않고, 후손을 만들지 않는 것이 혼인을 할 수 없거나 결격사유도 아니다. 동성 간에 자손을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성커플이 객관적으로 생식능력이 없거나 주관적으로 아이를 안 낳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후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동성간 결혼을 차별하는데 있어 합리적 이유가 아니다.

  9. 만일 동성커플이 민법의 혼인에 관한 장의 실질 및 형식적 요건 규정에 따라 법률혼 관계가 성립되고, 또 혼인관계 존속 중 및 종결 후 쌍방의 권리의무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현행 이성혼 제도 구조의 기본질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본윤리질서 수호를 이유로 동성커플의 결혼을 달리 보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며, 헌법 제7조 평등원칙에 반한다.

  10. 관계기관은 본 해석 2년 내에 본 해석취지에 따라 관련 규정을 수정 또는 제정해야 한다. 어떤 형식 (가령 혼인 규정 수정, 민법친족편 별도 규정, 특별법 또는 기타 형식 제정)으로 동성커플이 공동생활목적으로 친밀하고 배타적인 영구적 결합관계를 형성하여 혼인자유, 평등을 보장 받을지는 입법 형성 범위 내이다.

  11. 기간 내에 법률의 수정 또는 제정을 못한 경우 동성커플은 공동생활목적으로 친밀하고 배타적인 영구적 결합관계를 형성하여, 혼인 규정에 따라 2인 이상이 서명한 서류를 지참하여 호적기관에 결혼등기를 수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두 사람 간에 법률상 배우자 관계가 형성되고 배우자간의 권리의무도 부담한다.

  12. 현행 혼인 규정의 이성혼인제도의 당사자신분 및 관련 권리의무관계는 본 해석으로 변경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