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당신의 후원이 희망을 만듭니다.

길고양이 사랑, 박선미 후원회원

희망법 류민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선미 후원회원: 네. 안녕하세요. 저는 동물단체보호단체인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이하 고보협)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박선미라고 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은 주로 길고양이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도록 돕는 거에요.

희: 아. 그렇군요. 그러면 희망법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박: 사람 사이의 이어짐을 인연이라고 하듯이 사람과 고양이의 인연을 묘연이라고 하는데, 저와 희망법은 고양이가 연결해 준 만남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민희님의 고양이들이 소중한 인연을 연결해 준 경우죠. 게다가 소수자나 어려운 환경에 있는 생명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맞아서 계속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고요. 민희님이 있는 희망법의 취지와 활동내용을 알고 감명을 받아서 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2년전 박선미 후원회원과 인연을 맺어준 묘연

희: 동물단체에서 활동 중이라고 하셨는데, 전업으로 하시는지 아니면 다른 일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박: 지금 현재로서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요. 원래는 봉사활동 개념이었는데 이제는 생업보다 더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며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웃음)

희: 고보협이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이 있나요?

박: 길고양이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는 안 좋고 싫다’는 인식이 가지고 있는데, 저희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후 되돌려 보내기)에도 홍보와 힘을 쏟고 있고요. 길고양이도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에 다치거나 아픈 고양이들을 구조해서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희: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면 고보협은 처음 어떻게 알고 가입하셨나요?

박: 저도 5년 전에는 캣맘(밥과 물을 주고 TNR을 하는 등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이기는 하였지만 길고양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지 밥만 주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밥을 주던 고양이가 크게 다쳐서 찾아 왔어요. 그 고양이를 치료해 주고 싶은데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머릿 속에는 119만 생각나고 주변에 고양이를 잘 알아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되나 하며 울고만 있을 때 인터넷에서 한국고양이보호협회라는 곳이 있으니까 거기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지요. 그 때, 지금 고보협에서 제가 하는 일처럼, 어느 누군가가 통덫을 신청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포획해서 병원까지 같이 이동도 해 주시고 그랬어요. 그거에 저도 보은을 하고자 고보협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게 5년차가 되었네요.

희: 아. 그렇구나. 그렇게 차츰차츰 조직의 중심까지 오게 되셨군요.

박: 그러게요.(웃음)

희: 그러면 고보협에 들어 오기 전 캣맘을 하실 때에는 길고양이만 돌보셨던 건가요? 혹시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있나요?

박: 네. 제가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는 길에 아파서 쓰러진 하얀 고양이를 마주친 일이 있는데, 집으로 데려와서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어요. 솔직히 그 이전에는 저도 고양이를 무서워 하고 고양이에 대한 미신도 믿었는데, 같이 살게 되면서 내가 그동안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고양이를 마주하게 되니까 이제 길고양이도 눈에 보이게 되더라고요

똑같은 고양이인데 단지 사는 곳이 집이 아닌 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가장 약한 존재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원래는 고양이가 천적이 없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인간이 고양이의 천적인 것 같아요. 햇빛을 받으면서 늘어져 자는 게 삶의 행복인 고양이들이 차체 아래에 움츠려 있고 줄곧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뭔가 잘못되었구나. 그런 생각에 한국에 뿌리 깊은 고양이에 대한 미신문화를 깨고 싶다는 열의가 가득히 생겼어요. 5년 전에는 정말 혈기왕성할 때라서. 구조현장에도 빠짐 없이 나가고. (하하) 

희: 그렇게 혈기왕성하게 시작한 박선미님의 고보협 활동은 어떠셨나요? 

박: 그때만 해도 고보협의 규모도 굉장히 작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성장을 했고,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5년 전에는 인터넷 기사에 길고양이 관련 소식이 있으면 댓글의 대다수가 길고양이는 살처분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길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이고 도심 생태계의 구성원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거든요. TNR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도 많고 그 분들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의지도 가지고 있고요. 물론 지난 5년 동안 힘들기는 했지만 변화가 분명히 일어났다는 거잖아요. 예전에는 ‘고양이가 땅값 떨어뜨린다’, ‘고양이탕이 관절염에 좋다’는 댓글들 속에서 혼자 싸우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곳곳의 캣맘이나 그렇지 않은 분들도 함께 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개는 먹기 위해서 죽이지만 고양이는 기분 나쁘고 싫어서 죽이거든요. 고양이 학대현장에 가서 가해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도 되돌아 오는 대답은 “그냥 꼴보기 싫고 우리집 땅을 밟아서 괘씸하다”는 거에요. 그런 가해자들이랑 제가 실랑이를 벌이면 예전에는 구경하던 동네 사람들이 저를 고양이에 미친 여자로 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를 주민분들이 저를 도와주세요. 최근에 도봉구에서 고양이 살해사건이 있어서 전단지를 배포한 적이 있거든요. 그 전단지를 보시면서 할머니들께서 손자들한테 저런 나쁜 사람이 되면 안된다고 가르치시고 주변 상가분들도 전단지를 가게에서 돌려 주신다고 가져가시고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동을 받았어요. 예전에는 저희가 전단지 붙이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다 떼어서 찢어 버리시고 그랬는데 말이에요. 저희가 고양이 학대나 살해 현장에서 호소하는 것이 뭐냐면은, 다음 차례는 어린이고, 여자이고, 사람들이다. 강호순사건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얘기를 하거든요. 

희: 이게 남의 일이 아니다. 생명은 다 연결되어 있다. 

박: 그렇죠. 제가 구조하러 다닐 때 차가 없으니까 지하철이나 택시를 이용하거든요. 그런데 예전에는 택시기사분들 하나같이 욕을 했어요.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뭐하는 거냐고 그럴 돈 있으면 북한어린이나 도우라고. 그런데 그런 말 하시는 분 중에 후원하시는 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제가 고보협 활동을 하면서 결심한 게 있는데요. 종교는 없지만 제 월급의 10%를 다양한 단체에 후원을 해야 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 어린이인권, 환경 등등 열 군데 정도 기부를 하는데요. 그게 고양이 말고 사람을 도우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해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그런 얘기하는 사람한테 자신있게 반박할 수 있어요. 아저씨가 평생하신 것보다 많이 했다고. 그리고 생각해 보시라고. 동물과 아이가 행복한 세상은 천국과 같다고.

그리고 활동가들은 다 한 마음이잖아요. 분야는 다 달라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활동가들을 만나면 동지애를 느끼고 가슴이 뭉클할 때가 많아요. 희망법 활동을 볼 때마다 점점 자매같고 가족같은 느낌이 들어요. 모든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도 바라는 건 하나일 것 같아요. 평화롭게 사는 거. 

희: 와. 5년 동안 그만큼의 변화는 굉장하네요. 5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봤다는 운동계도 흔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고보협도 열심히 했겠지만 그 변화에 또 어떤 게 촉매가 되었을까요?

박: 대중메체나 캐릭터에 고양이들이 친숙하게 등장한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CF감독님이랑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기업들이 선호하는 모델이 남자아이에서 강아지에서 요즘에는 고양이로 바뀌었대요. 연예인 얼굴도 고양이상이어야 하고요. (웃음) 그리고 아시다시피 연예인들이 동물운동에 참여를 하게 되었잖아요. 종전 대중의 인식 속에 동물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 사회부적응자들이었으니까요. 또 최근에 고양이와 관련되어 책들이 출판업계를 휩쓸었잖아요. 서점의 한 코너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인기 웹툰작가 강풀씨가 길고양이과 한 아이가 등장하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동화책을 펴냈어요. 생각이 유연한 어린이들이 지금부터 고양이와 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자라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희: 네.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박선미님은 어린 시절에 어땠나요. 고양이 말고 다른 동물들과 교감을 할 기회가 있었나요?

박: 네. 있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부모님께서 강아지를 애견샵에서 사 주셨어요. 당시에는 입양문화가 퍼져 있지 않아서요. 작은 푸들이었는데 제 유년기 시절을 함께하며 부모님께서 바쁘셔서 대화가 부족한 제게 늘 말동무가 되어 주었어요. 학원 갈 때는 자전거 앞 바구니에 태워 가서 수업도 같이 듣고, 동네 만화방도 같이 가고요. (웃음) 제 친구였고, 동생이었고, 제가 지켜줘야 하는 존재였지요.

희: 말씀하신 것 중에 특히 제 마음에 와 닿는 게 있는데요. 고양이는 잘못된 정보와 부당한 편견으로 인해서 그간 차별을 받고 핍박을 받았던 거네요.

박: 그렇죠. 몇년 전에 류마티스 관련 의학계에서 고양이탕은 관절염에 좋다는 근거도 없을 뿐더러 건강에 좋지도 않은 음식이니 환자에게 권고하지 말라고 발표를 하고 고양이 포획이 눈에 띄게 줄었었어요.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고 먹었으니까요. 영국에서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집을 지을 때 벽에 고양이를 산 채로 넣어서 마감을 하면 그 집을 자연재해나 액운을 물리쳐 준다고 믿었다고 해요. 고양이 학대사례를 모으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요. 

희: 어떻게 고양이에게서 이렇게 불길한 미신을 만들어 냈을까요.

박: 고양이랑 사람은 습성이 다르고 생활패턴도 다른데, 서로 그걸 잘 모르니까 오해가 쌓인 게 아닐까요. 고양이가 낯설고 두려우니까. 나쁘게 몰아가는 것 같아요

희: 인종차별과 비슷하네요.

박: 네. 맞아요. 캣맘들 중에서도 과거에는 동물을 혐오했던 경우가 더러 있어요. 저희 회원 중에 한 분은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는데, 그 딸의 도덕 선생님이 ‘엄마와 함께 일주일간 길고양이 밥 주기’를 숙제로 내 줬다고 해요. 당연히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학부모들 중 3분의 1 가량이 캣맘이 되셨대요. 그 회원분도 처음에는 억지로 숙제를 하면서 도덕 선생님 욕을 엄청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매달 어마어마한 사료를 사서 아파트 단지 내 고양이를 돌보고 계시지요. (웃음) 고양이를 몰라서 오해했던 게 변한거에요.

희: 앞에서 언뜻 말씀하셨지만 캣맘들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 이상으로 TNR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하셨는데, TNR에 대해서 얘기 해 주세요. 활동가들 내부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것 같아요.

박: 네. TNR은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과 고양이 간의 타협이라고 봐야할까요. 인도적인 방법으로 길고양이의 삶과 개체수를 관리하는 것이지요.

방금 말씀드린 중학생 어머님 회원처럼 어머니나 여성들은 TNR에 굉장히 적극적인 편이에요. 그런데 캣대디 중에는  TNR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반대하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거세를 한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고양이들이 발정기에 굉장히 고통스러워 하거든요. 발정기에 콜링(짝짓기 대상을 부르는 소리)을 하는 탓에 동네주민들과 캣맘, 캣대디들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것은 둘째치고, 우선 발정이 고양이들에게 아프고 힘든 일이죠. 게다가 그 기간만 지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 암컷들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반복되면서 겪는 고충도 어마어마합니다. 그 증거로 중성화수술 후에  암컷들은 눈에 띄게 건강해져서 살도 붙고 성격도 순해져요. 야생성이 순화되는 게 아니라, 새끼 때문에 한껏 경계하고 지내던 게 다소 누그러지는 거에요. 그 때부터 온전히 자기의 묘생을 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모성본능으로 인한 책임감이 아니라요.



그리고 길고양이들이 사는 게 척박할 수록, 발정이 어릴 때  빈번하게 오거든요. 그래서 5개월 된 아기고양이가 임신을 해서 새끼를 낳다가 죽기도 해요. 5개월이면 아주 작은데 애가 애를 낳는 거죠. 그럴때는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정말로. 어떻게 보면 사람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가난한 나라의 여자아이들이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낳는 것처럼.

TNR과 더불어 초기 임신의 경우에 낙태를 권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길고양이들의 삶을 인위적으로 바꾸면 안되는 거지만, 개체수 조절이라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은 새끼고양이가 삐약거리는 소리에도 굉장히 예민하세요. 자기 집 근처에 새끼가 눈에 띄면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실제로 담벼락에 새끼들을 던져 죽인 사건도 있습니다.

희: 지금껏 하신 얘기들을 보면 주민들과 싸우는 일이 왕왕 있고 참혹하고 슬픈 현장도 많이 지켜봐 오신 것 같은데요. 고보협 활동을 하면서 후회하거나 그만 두고 싶을 때는 없으셨나요?

박: 예전에 제가 이 활동을 시작할 때, 저희 동네 동물병원 의사선생님이 말리셨었어요. 동물권 운동이 얼마나 힘든데 그걸 하려고 하냐고. 사람들한테 다친다고. 그런데 정말 그렇긴 했어요. 동물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너무나도 많이 상처를 받았어요. 길고양이에 대한 대우 정도를 보면 그 동네 인심을 알 수 있다고 하거든요.

학대자 인터뷰를 할 때. 고소, 고발하면서 수사기관에서 우리 사건이 괄시 받을 때. 성난 주민들에 둘러 쌓여 싸웠을 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이 일을 계속 하는 건 고양이들은 저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어요. 고양이는 언제나 제게 가르침을 줍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말 못하는 동물들을 대변하려는 거잖아요. 누가 길고양이를 위해 고소장을 써 주고 하물며 누가 길고양이를 위해 싸우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활동을 시작했는데, 세상이 우리를 도와 주려는지 캣맘들도 많이 늘고 지자체에서도 전 보다 저희 얘기에 귀를 귀울여 주고 있고요. 예전에는 자문을 받을 곳이 없어서 항상 맨땅에 헤딩만 했는데 희망법의 민희님과 가람님을 만나고 우리 운영진들이 정말 기뻐했었습니다. 

희: 제가 동물 중에 고양이하고만 살아 봐서 그런지 몰라도 고양이 종의 특성이 참 신기합니다. 여유롭게 노는 거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 선미님은 고양이의 특성이 무엇인 것 같나요?

박: 물론 동물 가족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고양이는 특히나 사람과의 교감이 깊은 것 같아요. 감정 표현이 무척 풍부하고요. 저희 큰나비랑 지금 13년째 같이 살고 있지만 아직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고는 해요. 하루하루 지나도 큰나비의 매력이 끝이 없어요. (웃음) 

캣맘과 길고양이들 사이에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교감이 이루어 지는데요. 사람이 무서워서 꽁꽁 숨어 있다가도 캣맘이 타고 있는 차의 엔진소리만 듣고도 나타나고요. 시간도 신기하리만치 잘 지켜요. 어떤 분은 길고양이들은 분명 손목시계를 차고 있을거라고 하세요.(웃음) 그렇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말랑거리는 발바닥으로 캣맘을 만나러 나오는 고양이들을 보면, 캣맘과 길고양이들의 우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을 돌보며 부부싸움이 잦아 지고 지출이 늘어도 그만 둘 수 없어요. (웃음)

희: 저는 고양이의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잘 안 드러 내려고 하잖아요. 체면 차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고양이들은 신기하면 신기해 하고 심드렁하면 심드렁해 하고.

박: 네. 맞아요. 정말 순수한 영혼이죠. 그리고 고양이들은 스킨쉽도 다양해요. 꾹꾹이 하고, 그루밍해주고, 어떨 때는 다리를 몸으로 훑고 지나가고요. 얘네가 하는 행동에는 다 사랑이 담겨 있어서 좋아요. 

희: 지금까지 고보협 활동을 해 오시면서 많은 고양이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것(주 :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은유)을 지켜 보셨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람이 살면서 가까운 존재의 죽음을 그토록 많이 지켜 보는 일이 드물거든요. 선미님은 그렇게 죽음을 목도하면서 생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가치관이 달라진 게 있는 지가 궁금합니다.

박: 음. 제가 운영하는 휘뚜네(고보협 쉼터의 별칭)가 사실 처음에 세 가지 의미를 가지고 시작했어요. 첫번째는 학대를 당해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고양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 두번째는 다치거나 버려진 고양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가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 마지막으로 세번째가 호스피스 개념인데 방사도 할 수 없고 입양도 갈 수 없는 이미 지병이 악화된 고양이들과 암투병 중인 환묘들을 돌보는 거에요. 



아픈 고양이들은 길에서 너무도 힘들게 살다가 발병한 고양이들이니만큼 마지막 여생이라도 인간에게 사랑 받고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요. 이 호스피스를 하면서 매해 10마리 남짓 보내 주고 있지만 항상 느끼는 것이 있어요. 동물들은 자기가 떠날 때를 알거든요. 그런데 매번 보낼때마다 인간에 대한 원망이나 신세한탄을 하지 않아요. 자신의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는 모습이 오히려 마음이 아픕니다. 스스로 갈 때를 알고 곡기를 끊을 때면 그간 자기를 돌봐준 저나 저희 봉사자들에게도 마음을 닫으려고 해요. 우리가 슬퍼할 거를 아니까요. 

그리고 떠나는 아이를 지켜보는 다른 아이도 사랑으로 보내줍니다. 한 방을 쓰던 아이가 죽으면 그 방 애들은 그 날 밥을 굶어요. 죽은 아이를 안고 밤을 보내는 아이도 있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많은 걸 배우죠. 고양이들이 단순히 짐승이 아니라 고귀한 생명체라는 걸요. 그래도 그 아이들이 다시 태어난다면 길고양이로는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생명으로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희: 길고양이가 아무리 즐겁게 산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그들의 삶은 힘든 거군요.

박: 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죠. 새끼고양이가 태어나면 축복인 나라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집 울타리 안에 새끼고양이가 보이면 산 채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니까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길고양이가 살기에 너무 힘든 곳이죠. 그래도 제가 이 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건 그래서 그 변화를 제 눈으로 지켜 보고 싶어요. 길고양이가 위풍당당하게 길에서 사는 모습을.



희: 그렇게 바쁜 와중에 저희 희망법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행사에도 자주 참여 해 주시고 계신데요. 희망법에게 하고픈 말씀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 해 주세요.

박: (민희님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희망법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쉽지 않은 일에 뜻을 모아 활동하시는 데에 많은 감동을 받았고요. “아. 희망법이 잘 되어야 내가 꿈꾸는 그 세상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늘 희망법이 잘 되기를 어느 누구보다 바라고 있고요, 저희 고보협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어요.

희: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고보협에서 준비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요, 혹시 이미 지치셨다면 휴식기를 가질 계획이 있으신지요?

박: 제가 지금 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쉬더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을 것 같고, 힘들어도 버텨야지 그렇지 않고 이 끈을 놓아 버리면 제가 무너질까 봐서요. 대신 처음에 말씀 드렸듯이 전업활동가로 변신하는 것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해 봐야겠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고보협 업무가 들어 와도 신속하게 능률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반면에 제가 고보협에 전념을 하게 되면 내 인생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희망법 여러분들을 비롯해 많은 활동가분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포기를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배우고 용기도 얻었어요. 가슴 속에 무언가 끓어 오르는 걸 느낍니다. 더 깊이 고민해 보고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진행 및 정리: 류민희

녹취록 정리 : 희망법과 고보협을 사랑하는 자원활동가 조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