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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형사 절차에서의 장애인 조력 / 제2편 신뢰관계인 동석

장애인도 장애가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여겨져 수사를 받기도 하고, 범죄 피해를 당해 수사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장애인이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에 갈 때에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또 어떤 법률 조항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지금 법에 규정된 제도 가운데 활용할 만한 것들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2편 신뢰관계인 동석

 

○ 신뢰관계인 동석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에 나가서 이야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어린 아동·청소년, 우리나라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 등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경찰서나 법정은 낯선 곳입니다. 게다가 경찰이나 판사가 이것저것 물어 보면 이들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누군가 옆에 있다면 어떨까요? 조금은 이야기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형사소송법에서는 이런 경우를 위하여 사건 당사자(피해자, 피의자, 피고인)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 옆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신뢰관계인 동석이라고 합니다.

 

○ 신뢰관계인 – 사건 당사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그럼 사건 당사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형사소송 규칙에서는 신뢰관계인을 사건 당사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고용주, 그 밖에 사건 당사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인 경우에는 변호사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사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신뢰관계인이 될 수 있으니, 친구나 학교 선생님, 직장 동료, 인권단체 활동가 등도 자격이 있습니다.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할 때는 동석하고자 하는 자와 사건 당사자 사이의 관계, 동석이 필요한 사유 등을 명시하여야 합니다.

 

○ 피해자일 때 신뢰관계인 동석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형사 절차에서 피해 내용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경찰서나 검찰청에 출석하여 피해를 진술하기도 하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합니다. 이 때 수사기관(사법경찰관, 검사)이나 법원(재판장, 법관)은 피해자의 연령, 심신의 상태,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피해자가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권 또는 피해자·법정대리인의 신청에 따라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혼자 진술하기 힘든 피해자는 일단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하여야 합니다. 피해자가 발달장애인과 같이 의사결정에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신뢰관계인 동석 신청을 거부할 수 없고, 그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직권으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도록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의무를 부여한 것입니다.

[근거규정 :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형사소송규칙 제83조의3(법원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221조(수사기관의 경우)]

 

○ 피의자, 피고인일 때 신뢰관계인 동석

사건 당사자가 피의자나 피고인일 때에도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피의자나 피고인을 신문하는 경우 직권 또는 피의자·법정대리인의 신청에 따라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신뢰관계인 동석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피의자나 피고인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피의자나 피고인의 연령·성별·국적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심리적 안정의 도모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그러합니다. 장애인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전달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피의자나 피고인으로 조사받을 때에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근거규정 : 형사소송법 제276조의2, 형사소송규칙 제126조의2(법원의 경우), 형사소송법 제244조의5(수사기관의 경우)]

 

○ 신뢰관계인의 역할

신뢰관계인의 기본적 역할은 사건 당사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 것입니다. 사건 당사자 옆에서 그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사건 당사자가 힘들어 하는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휴식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더해 장애인에 대한 조력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지적장애인 당사자에게 어려운 말을 쉽게 바꾸어 줄 수도 있고, 시각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조서나 증거를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신뢰관계인 동석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어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이해가 높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 부담 없이 신청해 볼만한 수단입니다.

 

○ 신뢰관계인이 주의할 사항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사건 당사자에게 질문하고 진술을 듣는 이유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신뢰관계인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질문 또는 피해자의 진술을 방해하거나 그 진술의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만약 신뢰관계인이 수사나 재판에 지장을 준 경우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그 신뢰관계인이 더 이상 동석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 마무리

신뢰관계인은 제1편에서 말한 보조인보다는 권한이 적은 지위입니다. 그래서 보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하기보다 보조인 신고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보조인은 피의자나 피고인인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신뢰관계인 동석은 장애인이 피해자인 경우와 장애인이 피의자나 피고인인데 보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이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 형사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 (출처 /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