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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형사 절차에서의 장애인 조력 / 제1편 보조인

장애인도 장애가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여겨져 수사를 받기도 하고, 범죄 피해를 당해 수사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장애인이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에 갈 때에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또 어떤 법률 조항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지금 법에 규정된 제도 가운데 활용할 만한 것들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1편 보조인

 

형사 절차, 피의자, 피고인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형사 절차와 피의자와 피고인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형사 절차는 범죄에 대하여 국가의 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조금 어렵지요? 누군가 물건을 훔쳤다고 해 봅시다. 절도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범죄로 여겨졌고, 지금 형법에서도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훔친 사람은 법에 따라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럼 누가 이 사람에게 벌을 내릴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왕이나 관리가 벌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그 역할을 국가가 하고 있습니다. 경찰, 검찰, 법원 모두 국가기관 가운데 하나지요. 이처럼 국가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벌을 내리는 과정을 형사 절차라고 합니다.

피의자와 피고인은 이 형사 절차의 주인공입니다. 바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사람을 말합니다.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를 받을 때는 피의자라고 부르고, 그 사람이 재판에 붙여지면 피고인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사람인데 어떤 과정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것입니다.

 

보조인 – 변호사가 아니어도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할 수 있는 사람

 

이제 본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소개할 내용은 보조인입니다. 형사 절차의 주인공은 피의자, 피고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절차에 혼자 참여하여야 합니다. 경찰이나 검찰 앞에서 진술할 때도, 법정에 출석할 때도 그러합니다. 자기에게 죄가 없다거나, 죄가 있더라도 받아야 할 벌은 가벼워야 한다는 주장을 스스로 하여야 합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바로 변호인입니다. 변호인은 변호사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피의자, 피고인을 변호할 수는 없을까요? 아들이 지적장애인인데 아들이 경찰서나 법원에 갈 때 부모가 같이 갈 수 없을까요? 경찰서나 법원에서 아들을 변호할 수는 없을까요? 보조인이 되면 할 수 있습니다.

 

보조인의 권한

 

보조인은 피의자,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형사 절차의 기본 규범이 되는 형사소송법은 보조인이 독립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형사소송법 제29조 제4항 본문). 변호사가 아니어도 피의자, 피고인을 변호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피의자, 피고인, 변호인이 아닌 사람 가운데 이렇게 형사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엄청난 권한을 가진 지위입니다. 보조인은 공판(형사 재판)이 진행 중일 때에 관계 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35조 제2항), 공판이 언제 열리는지(공판기일) 통지를 받습니다(형사소송법 제267조 제3항).

 

보조인의 자격과 신고

 

그럼 어떤 사람이 보조인이 될 수 있을까요? 형사소송법은 보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과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조 제1항). 보조인이 될 수 있는 자가 없거나 장애 등의 사유로 보조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신뢰관계 있는 자가 보조인이 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조 제2항).

보조인이 되려는 사람은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신분관계를 소명하는 서류와 함께 그 취지를 신고하면 보조인이 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조 제3항, 형사소송 규칙 제11조 제1항).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신분관계에 있는 사람은 경찰, 검찰, 법원에 보조인 신고서를 제출하면 바로 보조인이 되는 것입니다. 보조인 신고는 심급별로 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9조 제3항). 1심에서 보조인 신고를 하였다고 해서 2심까지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소제기 전에 경찰과 검찰에 보조인 신고를 한 경우는 1심까지 효력이 있습니다(형사소송 규칙 제11조 제2항).

 

장애인 조력 방법으로서의 보조인

 

형사소송법의 보조인은 장애인인 피의자나 피고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닙니다. 피의자, 피고인에게 장애가 있든 없든 보조인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형사 절차는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비전문가가 보조인이 된다고 해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바로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보조인 제도가 널리 활용되지 않는 이유이지요.

하지만 지적장애인과 같이 자기변호를 잘 하기 어려운 경우에 보조인은 피의자, 피고인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보조인은 장애인을 지원하여 적어도 그 사람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형사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 권한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장애인을 조력할 때 활용할 만한 방법입니다.

 

발달장애인법의 보조인

 

형사소송법에서만 보조인을 규정한 것은 아닙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제12조에서도 보조인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재판의 당사자가 된 경우 그의 보호자, 중앙발달장애인지원센터 및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직원이나 그 밖에 발달장애인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조인이 될 수 있습니다(발달장애인법 제12조 제2항). 수사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이 조사받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발달장애인법 제12조 제4항).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보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것보다 훨씬 넓습니다. 신뢰관계인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 발달장애인과 아는 사람이면 보조인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형사소송법의 보조인은 신고만 하면 될 수 있는데 반해, 발달장애인법의 보조인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보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넓지만 허가라는 문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마무리

 

보조인은 상당한 권한이 있어서, 피의자나 피고인이 장애인일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위입니다. 만약 내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과 형제자매 가운데 한 사람이고,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지원하고 싶다면, 보조인 신고를 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 피의자나 피고인이 발달장애인인 경우에는 그 사람과 신뢰관계가 있는 경우에 허가를 받아 보조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