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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별금지법’ 더 이상 미루지 마라

최근 경향신문은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계기로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함께 성소수자 차별과 편견에 맞서온 활동가들의 릴레이 기고를 게재하였습니다. 그리고 릴레이 기고의 첫 글로 희망법 박한희 변호사가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 담은 글을 소개했습니다. 이 글을 전재합니다.

 

‘차별금지법’ 더 이상 미루지 마라

 

박한희

 

지난 3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각 정당에 보낸 정책질의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위와 같이 답변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소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합의·논란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새 익숙한 유형이 되었다. 법무부가 2018년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차별금지 사유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 제정 질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렇게 반복적으로 이야기되는 사회적 합의는 대체 무엇인가. 인권과 평등의 문제가 누군가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아님은 우선 별론으로 해두자. 대체 어느 정도의 의견이 일치하면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인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민주사회에서 만장일치는 아닐 것이다. 일반적인 가중다수결 요건인 3분의 2 이상이면 합의가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2019년 KBS 신년 여론조사에서 3명 중 2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흔히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쟁점이 되지만, 2017년 갤럽조사에서 90%가 동성애자의 취업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사실을 정부와 국회가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것은 무지라기보다는 의도적이며, 노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책임의 방기이다. 국제사회 역시 이러한 점을 파악하고 있다. 2017년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면서 “정부가 차별금지 사유를 둘러싸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충분하게 취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법과 제도, 정책을 통해 차별과 혐오에 대처하고 시민들과 함께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함에도 오히려 시민들보다도 뒤처지고 국제사회의 지적을 받는 상황 앞에서 정부와 국회는 부끄럽지도 않는가.
다가오는 5월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이다. 성소수자를 향한 모든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날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많은 성소수자들이 차별적 구조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성소수자를 낙인찍는 문제적 언론보도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드러날 시 노동, 의료, 일상에서 차별을 받게 되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다시 한번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기본적인 원칙과 그 원칙을 실현할 차별금지법 제정이 강력히 요구된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 평가받는 20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발의조차 못한 국회라는 오명까지 안게 되었다.
5월30일부터 개원할 제21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핑계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는, 그리하여 ‘나중이 아닌 이제는 차별금지법’이 구호로서 자리 잡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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