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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 생각]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개정논의와 관련한 여러 생각들

 

서선영 변호사

 

1.

작년 9월 경찰개혁위원회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평화적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집회 시위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신고절차 개선, 금지통고 기준 명확화, 해산과 대응절차 개선 등을 권고했고 경찰청은 이에 대해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2017. 9. 7. 경찰 발표).

지난주(2018. 1. 26.)에는 경찰청과 진선미 국회의원실 공동주최로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한 집시법 개정 세미나’가 열렸다. 집시법 개정과 관련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는 주로 현행 집시법의 ‘신고제’를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었다. 하지만 현행 집시법은 집회 보장보다는 규제 위주로 각 조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몇 개 조항만을 단편적으로 바꿔서는 집회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2.

현행 집시법은 제1조(목적)부터 제26조(과태료)까지 총 26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조항에 죄형법정주의 위배, 집회의 자유 헌법원칙 위배 등 쟁점이 있다.

우선 제 1조 목적조항 부터가 문제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서 평가되어서는 아니되며”(헌재 2003. 10. 30. 결정, 2000헌바67)라고 결정한 것이 15년 전이다. 그렇지만 “광화문 광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 공안에 위협이 된다” (2015년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의 발언. 2015. 12. 21. 한겨레 신문), “경찰, ‘민중총궐기’ 평화집회라도 불법일 땐 전원체포”(2016. 2. 26, 연합뉴스)라는 위헌적 발언들이 경찰의 공식적 입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헌재의 결정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발언들이 왜 이렇게 공공연하고 당연하게 나올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집시법 제1조도 이런 발언들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다. 집시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적법/위법을 가장 기초적인 대립항으로 설정하고 ‘위법’한 집회는 추방,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위법한 집회가 되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평화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도로에 있으면 위법, 기자회견이라도 구호 한번 외치면 위법, 거기에 해산명령을 하고 또 불응했다고 위법, 비가 와서 집회 무대를 덮을 천막을 갖고 오면 집회 신고 물품에 없었다고 또 위법(무대에 전기장비가 있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추운날 차가운 도로에 앉기 어려워 깔판을 갖고 오면 위법 등 유형을 모두 언급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법이 될 여지는 많다. 결국 적법 보호/위법 처벌 구조는 살짝 일별하면 특별히 문제가 없는 조항 같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집회가 보호의 범위에서 추방됨으로써, 집회의 자유는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법문에 많이 쓰이는 ‘권리의 형해화’는 집시법 1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백남기 농민에 물대포를 쏘아대던 경찰의 당시 수장이었던 강신명 경찰청장의 취임일성이 “비정상의 정상화, 준법 보호, 불법 예방의 집회 관리 패러다임 정착”이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집시법 1조의 패러다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집회는 자유의 영역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규제가 가능할 뿐이다. 집회의 보호기준을 ‘적법, 위법’으로 설정하는 것은 헌법에도,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다. 집시법 개정은 1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집시법의 정의규정(2조)부터 벌칙까지의 각 조항도 해야 할 말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하나하나 언급하기로 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할거 같다.

 

차벽에 가로막힌 사람들 ⓒ한국일보

3.

집시법 개정 논의가 좀 더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이전 집시법과 경찰 행정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한데 이것이 빠져있다. 그러니 지금도 집시법 개정논의와는 별도로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형사소송, 경찰의 집회 주최자측에 대한 손해배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입건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서는 두 가지 사례만 언급해본다.

 

(1)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기자회견 입건 사례들

 

경찰개혁위원회는 ‘기자회견은 집시법상 집회‧시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경찰은 그 평화적 진행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권고했고, 경찰은 수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기자회견 주최자 등에 대한 경찰 출석요구, 입건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갑을오토텍,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법원 앞, 국회 앞 기자회견을 이유로 한 소환과 기소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기자회견을 집시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권고를 수용한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처벌을 전제로 한 행위가 병행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개정 논의를 위한 토론회 따로, 그와 별개로 수사 따로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경찰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신뢰하기는 어렵다.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한 집시법 개정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는 서선영 변호사

 

(2) 집회에 대한 소송-세월호 집회 주최자등에 대한 소송의 예

 

2015년 세월호 참사 1주년 당시 경찰은 차벽을 몇겹으로 쌓고 집회 참가자들과 유가족들이 만나는 것을 막았다. 차벽을 중심으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경찰은 이 집회에 대해(2015년 4월 18일 집회, 2015년 5월 1일 집회) 주최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서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 연대)’를 비롯하여 여러 단체와 사람을 수천만 원의 배상책임을 져야 할 피고로 삼았다. 그 당시 집회 현장에 있었던 경찰 개인 수십명도 함께 소송을 제기했는데, 세월호 가족과 연대하며 싸웠던 단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하면서 마지막에는 “위자료 전액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하여 기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일들이 조직적으로 벌어졌는지 이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세월호 1주년 당시 추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했던 차벽은 이런 조직적 흐름에서 무관한가.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찰의 손해배상 소송은 여전히 4.16 연대 등은 불법행위자, 경찰은 피해자로 구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법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이런 소송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답이 없다.

 

4.

집회와 관련해서는 법을 개정해야 할 것들, 지금 바로 고칠 수 있는 것들, 반드시 잘못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 등 여러 층위의 일들이 있다. 지금 바로 고칠 수 있는 것(손해배상 소송의 철회, 기자회견 등 입건 중단 등)도 하지 않으면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인권경찰로 거듭하겠다는 말을 한들,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개정논의가 반갑지만, 답답하고 찝찝한 느낌 또한 드는 것은 단지 글쓴이의 성격탓만은 아닐 것이다.

 

2017년,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