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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발언문> “국군의 날,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동참해 주세요”

지난 10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주최로 <제71회 국군의 날 기념 ‘차별국군’ 선포 국제 행동의 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기자회견에서는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소송 대리인단과 여러 인권단체가 함께 차별적이고 모순적인 법률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LGBTI 군인들의 힘겨운 현실 알리고,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촉구하는 국내 및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국방부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침묵 속에 복무 중인 군인들을 상징하는 X자 표시가 된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이날 희망법 한가람 변호사도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오랜 기간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위해 활동 해 온 한가람 변호사가 이날 기자회견 발언문을 전합니다.

 

<기자회견 발언문>

“국군의 날,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동참해 주세요”

 

글 / 한가람

 

안녕하십니까?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소송 대리인단에서 활동하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한가람 변호사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법이 있습니다. 이성 간의 성관계와는 달리, 동성 간의 성관계는 “추하다”, “더럽다”라며 처벌하는 법률이 있습니다. 그래서 판결문에도 버젓이 동성애를 “비정상적”이라고 이야기하고, “혐오”스럽다고 하며,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한다”라고 하게 하는 법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군형법 제92조의6, 군형법상 ‘추행’죄입니다.

 

이 법률은 성관계를 처벌하려고 하는 법이지, 성폭력을 처벌하려는 법이 아닙니다. ‘추행’죄라고 해서, 성추행을 처벌하는 법이라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의 ‘추행’은 성폭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추한 행위’를 뜻합니다. 그 ‘추한 행위’는 바로 ‘동성애 성행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법률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동성애자를 추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더럽고 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조항은 그 존재 자체로, 성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고,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동성애자를 범죄자로 낙인 찍는 법입니다.

 

국군의 날 기념 ‘차별국군’ 선포 국제 행동의 날 기자회견에서 발언 하는 희망법 한가람 변호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 조항은 “동성애 범죄화” 조항입니다. 서구와 미국의 이른바 “소도미법”을 옮겨온 것입니다. 한국판 소도미법인 것입니다. 식민지 시대에 수출된 이런 법률은, 이미 식민지 제국 국가에서는 성소수자의 평등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면서 폐지한 지 오래입니다. 군형법상 ‘추행’죄 역시도 이런 미국 전시법의 소도미법을 옮겨온 것입니다.

 

미국은 다른 서구 국가들보다 늦게 2003년에 소도미법을 위헌으로 결정했고, 이후 통일군사법전을 개정하여 군대 내에서도 이 조항은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이 조항의 원조국인 미국에서는 성소수자 군인의 복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식이 열리는 등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근래에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의 개정으로 한국에서도 미군 동성커플들은 이성커플과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동성커플로 국가가 승인한 사람들은 미군 동성부부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군의 전투력이 저해되었다거나 단결력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모병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유사한 조항이 있었던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런 조항은 완전히 차별적이라는 이유로 위헌 선언과 폐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단순히 동성애 처벌법만은 아닙니다.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군인권 향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군대 내의 동성애혐오, 호모포비아를 정당화하는 법률이고, 이 조항이 있는 한 군대 내 성소수자는 ‘잠재적 범죄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군대 안에서 정체성이 드러나면 그는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성소수자를 더럽고 혐오스럽고 선량하지 않다고 하는 법, 군대 내 성소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가는 법, 사랑과 성폭력을 구분하지 않는 법, 나아가 사랑은 유죄라 하고 성폭력은 무죄라 하는 법, 성소수자 역시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모욕하고 모독하는 법, 그래서 성소수자의 시민권을, 인권을 이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일본의 재특회와 같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반성소수자 단체들의 혐오와 차별선동에 힘을 실어주는 법.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이제는 이런 법 없애야 합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완전히 차별적이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이 법 사라지게 해야 옳습니다.

 

2015년 11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이미 대한민국에 이 조항을 페지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2017 5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와 같은 해 10월 유엔 사회권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에 대해 이 조항을 폐지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정부는,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어찌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체결하고 비준한 가장 권위 있는 인권규약에 근거한 국제기구의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하면서,  3차례에 걸쳐 동성애를 비정상적이라고, 추한 행위이므로 처벌해야 한다고 버젓이 동성애혐오를 만방에 알릴 수 있습니까.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을 지냈던 대한민국이 어찌 이렇습니까.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이야기할 자격,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알고 있는 우리 시민들, 법 앞의 평등을 기억하는 우리 시민들, 법이 어느 한 집단을 모욕하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를 모욕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우리들 모두, 이 조항의 폐지에 동참해야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법 앞의 평등을 기억하는 시민들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 조항의 폐지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