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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임용 면접시험에서 청각장애인 차별 사건, 항소 제기

글 / 최현정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농아인협회,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등은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 차별 항소 제기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희망법은 원고의 공동대리인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건 내용을 알립니다.

 

원고 류 씨는 구어(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고, 본인도 입으로 말을 하는 의사소통방식)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입니다. 류 씨는 2018년 제1회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하여 필기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류 씨는 장애인 구분모집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고, 해당 직렬은 최종 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습니다. 면접등급은 ‘우수’, ‘보통’, ‘미흡’으로 평가하는데, 류 씨가 ‘보통’ 등급을 받기만 하면 최종 합격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면접위원 3인 전원은 류 씨에 대해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하’로 평가했고,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면접위원 3인 전원이 같은 항목을 ‘하’로 평정했습니다. 이에 류 씨는 ‘미흡’ 등급을 받아 불합격했습니다. 61명의 면접시험 응시자 중에서 오직 류 씨만이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면접위원들은 류 씨에게 “집∙학교에서의 의사소통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SNS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답하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은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을 질문하였습니다.

지방공무원임용령에 따르면, 면접시험에서는 “해당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 및 적격성을 검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위 질문들은 류 씨의 직무 수행 능력과 관련이 없습니다. 지방공무원법은 장애인 공무원에게 근로지원인을 제공하도록 하며, 이미 상당수 청각장애인 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주시도 관련 조례가 있습니다. 류 씨가 합격했다면 근로지원인이 배정되어, 류 씨가 음성 언어로 소통해야 할 때 이를 조력했을 것입니다. ‘동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은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는 여주시가 법에 따라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문제이지, 면접시험에서 류 씨에게 질문할 사항이 아닙니다.

‘집∙학교에서의 의사소통방법,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는 류 씨의 의사소통 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서 차별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구어는 의사소통방식이 아니고 청각장애인이라면 당연히 수어를 알아야 할 것처럼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청각장애인 중에서 수어와 구어 사용자의 비율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직무와 관련한 질의응답을 할 시간을 빼앗고 응시자를 위축시키며 다른 면접위원의 편견을 강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에 외국에서는 면접시험에서 장애, 성별, 나이, 외모, 종교 등 차별의 소지가 있는 질문을 그 의도와 무관하게 엄격하게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차별로 보아 시정하도록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면접시험에서의 차별적 질문의 문제점이 지적되지만, 잘 시정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관련 글 보기 – 면접의 기본, 채용의 상식을 제안합니다. _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여주시는 시험 절차에서도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드러냈습니다. 면접위원에게 류 씨의 장애 특성을 “수화 및 대화 불가능”이라고 고지하여, 마치 류 씨가 당연히 알아야 하는 수어를 모르고 심지어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인 것처럼 안내했습니다. 필담(문자통역)으로 이루어진 면접시험에서 당연히 필요한, 면접시험 시간 연장의 편의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1심 법원은 류 씨가 제기한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면접위원이 위와 같은 질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질문들이 차별은 아니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절차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경미하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법과 지방공무원법에서 근로지원인 제도를 둔 취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이 채용 절차를 포함한 고용 관계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둔 취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입니다.

 

2월 12일 청각장애인 공무원 임용 차별에 대한 항소 기자회견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비마이너

 

류 씨는 이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앞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채용 차별이 시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항소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류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도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최종 승소하여 장애인에게도 고용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같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더불어 사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