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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윤OO 성폭력 사건 무죄 확정 판결의 문제점

글 / 김 두 나, 최 현 정

 

지난 11월 26일, 대법원 제1부(주심 : 김선수)는 건설업자 윤00의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혐의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다는 점을 심리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과 무관한 다른 이유들(‘피해자답지 않다’)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습니다. 또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지배 양상 및 피해자의 반응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성폭력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기존 판시에 어긋나는 위법한 판단입니다.
공소시효 완성에 대한 판단도 문제지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본 판단의 이유가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사안의 개요

이 사건의 피해자는 피해 당시 20대 후반으로 연극 배우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2006. 여름경 윤00(이하 ‘피고인’)의 제안으로 처음 별장에 갔을 때 수차례 강간 피해를 당했고, 사과를 받기 위해 두 번째 별장에 갔을 때 강간에 더하여 동영상 촬영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동영상의 존재, 당시 이미 고위직 검사였던 김00(전 법무부차관)와의 친분을 이용하여 협박하거나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하면서, 피해자에게 수시로 ‘성접대’를 강요하였습니다. 2006. 10.경에는 피해자를 오피스텔에 입주하게 했고, 그 이후 피해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성관계 강요는 더욱 빈번해졌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종종 폭행, 협박, 강간 당하거나 흉기로 위협을 받으면서, 점차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008. 2.경 오피스텔에서 나온 후에도 피고인과 김00가 두려웠던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못했습니다.
2012년 말경, 이른바 ‘김00 동영상’이 발견된 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다른 피해자의 제보로 이 사건의 피해자도 조사를 받았습니다.그러나 검찰은 2013. 11.경 피고인의 강요, 동영상촬영, 김00의 성폭력 혐의 전부를 불기소처분 했고, 이에 피해자가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음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2015. 1.경 다시 불기소처분을 했습니다. 2017. 말경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발족한 후 이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서 진상조사를 한 끝에 이 사건에 관한 재수사를 권고하였습니다. 검찰은 2019. 3. 특수수사단을 구성하여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6. 4. 김00에 대해서는 뇌물죄로, 피고인에 대해서는 특수강간등치상죄로 각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이 1년 8개월 동안 자행한 수많은 성폭력 중에서 3건에 대해서만 강간치상으로 기소했습니다.

 

구성요건 판단에서의 문제점 : 지속적, 반복적 폭행, 협박의 양상 및 영향에 대한 몰이해

강간죄는 폭행, 협박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간음하는 범죄입니다. 이때의 폭행, 협박은 피해자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합니다(이는 법원의 해석으로서, 이러한 좁은 해석의 문제점 때문에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 협박의 내용과 정도뿐만 아니라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즉, 사후에 보아서 피해자가 피해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협박과 간음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더라도 협박에 의하여 간음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강간죄가 성립합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5979 판결).
이러한 법리에 따라 법원은, 가해자가 간음 행위 때마다 피해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지 않더라도, 이전의 협박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했다면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해왔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을 심리할 때 위의 법리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2006. 여름 첫 번째와 두 번째 별장에 방문했을 때 수차례 강간과 동영상 촬영 등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처음 몇 번은 저항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그 다음에 ‘지난 번 반항한 대가’라는 말과 함께 더 심한 폭행을 수단으로 한 강간 피해를 당했습니다. 동영상 촬영 후부터 피고인은, 피해자가 말을 듣지 않으면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들까지 해칠 것처럼 협박하여 피해자를 종속시켰고, 피고인과 김00 및 사회 유력 인사들과의 관계 때문에 피해자는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부터 피고인은 피해자를 매번 폭행, 협박하지 않아도 피해자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피해자가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폭행하거나 폭언을 하고 흉기로 위협하면서 간음하거나 추행했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지시를 거의 ‘로봇처럼’ 따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안에서 검사는 2006. 겨울, 2007. 여름, 2007. 11.경의 3건의 범죄 사실을 기소했습니다. 그 중 먼저 발생한 두 건은 간음 행위 당시의 폭행과 협박이 수단이 되었고, 마지막 사건은 간음 행위 당시의 유형력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폭행과 협박이 간음 행위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2006. 여름경부터 2007. 11.경까지의 피고인의 폭행, 협박 사실, 폭행과 협박의 경위, 간음 당시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됩니다. 즉 강간죄의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됩니다. 또한 피고인과 공범 관계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및 상호간의 태도를 직접 볼 수 있었던 참고인들의 진술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심리위원도, 피해자가 두 번째 별장에 다녀온 후 피고인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되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과거 피해자를 상담했던 임상심리사와 정신과 의사, 그리고 피해자의 진료 기록을 검토한 다른 정신과 의사와 범죄심리학자도 피해자의 반복된 피해와 이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에 대하여 동일한 취지의 의견을 냈습니다. 특히 전문심리위원은 가해자의 지배가 폭력뿐만 아니라, 신체에 대한 통제, 고립, 공포심과 무력감의 주입, 간헐적인 보상을 통하여 공고화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가해자의 이러한 행동양식(‘길들이기’)은 지속적인 아내폭력, 데이트폭력 사건에서도 종종 확인될 만큼 ‘보편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입증하는 증거를 도외시한 채, 구성요건과 무관한 다른 사실들을 이유로 들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습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력의 양상, 비장애인 성인 여성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강압적 지배 하에서는 가해자에게 저항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입니다. 또한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울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위법한 판단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윤○○ 성폭행범죄 대법원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 ⓒ한국여성의전화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의 문제점 : ‘피해자다움’의 집요한 요구

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 진술이 믿을만한지 판단합니다. 이때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또한 법원은 피해자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이번 사건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자신이 겪은 피해의 주요 부분을 여러 차례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그 진술에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피해자에게는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나 이유도 없었습니다. 반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모순되고 비합리적인 진술을 반복했습니다. 즉 위 대법원이 제시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충분히 인정됩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피해자가 처하였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법원은 피해 당시 심리적으로 억압되어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특정한 몇 개의 사건을 계기로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가 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을 알고 지내며 겪은 일련의 경험을 통해 점차 심리적으로 억압되었습니다.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보고 들으면서 두려움과 공포가 점점 커졌고,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지배와 통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피해자는 점차 심리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심리적으로 항거 불능 상태에 이르게 된 경위를 여러 차례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가 일련의 경험을 통해 점차 심리적으로 억압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본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거나 일부 사실만을 근거로 섣불리 피해자가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가 가족 등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알리지 않는 점을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피해자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장녀로서 평소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컷던 피해자가 가족에게 걱정을 끼칠것이 염려되어 가족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릴 수 없었고, 오히려 그러한 사정을 잘 아는 피고인으로부터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해온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오피스텔에 거주한 사실과 피고인이 제공한 가게에서 일을 했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계속적으로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가 피고인과 일정한 대가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 역시 당시 피해자가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법원은 특정하게 정형화된 성범죄 피해자의 모습을 상정해 두고,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진정한 피해자가 아니라고 의심하는 편협한 관점으로 피해자를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다움’의 편견에 갇혀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습니다.
게다가 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피고인의 진술 모순을 피해자 진술 신빙성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으로서 참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피고인 진술의 모순을 피해자 진술 신빙성이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으로서 심리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충분히 신빙성이 인정되는 피해자의 진술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고 이를 근거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것입니다.

 

마치며

이와 같이 이 사건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행 협박을 수단으로 한 성폭력을 단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범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증거를 심리하기보다는, ‘피해자다움’만을 심리한 채 잘못된 통념에 입각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그 공범인 김00 전 법무부차관의 성폭력 범죄 사실 및 과거 검찰 불기소처분의 문제점을 재조사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했음에도, 대법원은 위법한 판단을 유지함으로써 그 기회를 차단했습니다.
희망법은 끝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법원 판단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자신 같은 피해자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수차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술해온 피해자의 노력과 그 시간들 또한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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